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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TV] 미친 놈이 미친 놈을 알아본다

  • 입력 2015-12-22 10:14:04
  • 수정 2015-12-22 11:33:17
뉴스래빗의 새로운 인터뷰

미치지(狂) 않으면 미치지(及) 못한다
'싸이'가 반한 MV계의 싸이, 디지페디

"오락 한판 한판씩 깨가는 기분"


[편집자 주]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미칠만큼 빠지지 못하면 결코 경지에 다다를 수 없다는 뜻이죠.

중학교 때 명제가 참이면 그 대우도 참이라고 배웠습니다. 'A가 아니면 B가 아니다'가 맞다면 'B면 A이다' 역시 옳습니다. '미치지(狂) 않으면 미치지(及) 못한다'는 곧 '미치면(及) 미친다(狂)'이죠. 이 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은 '선수'를 알아본다, 미쳐본 놈은 미친 놈을 단박에 알아챈다고요.

'뉴스래빗'은 요즘 아주 핫한 '미친 놈'들의 컬래버레이션을 취재했습니다. 한 미친 놈은 가수 싸이(PSY)이고, 다른 미친 놈은 영상제작업체 디지페디(DIGIPEDI)입니다.



싸이(PSY). 이름부터 '정신 나간 미친 놈, 싸이코(psycho)에서 따왔습니다. 데뷔부터 자신을 '비주류 삼류'로 희화화해 온 B급 정서의 대표주자이지요. 남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내 욕망에 충실하자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MV) 한방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싸이. 유튜브라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낳은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입니다.

다른 '미친 놈'인 디지페디. 싸이와 많이 닮았습니다. 재미, 괴짜스러움, 과감한 도전 그리고 성공의 이미지를 지녔죠. 이들 역시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결국 미친 놈은 미친 놈을 알아봤습니다. 싸이가 직접 디지페디에 7집 타이틀곡 나팔바지 MV 제작을 의뢰하면서입니다. 선수가 선수를 알아본 거죠.

싸이는 절대 MV 제작을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습니다. 강남스타일 '대박'은 유튜브 MV (24억7000여건 조회) 덕임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싸이는 7집 앨범 기자간담회에서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는 B급 정서에 병맛을 더했다"고 말했습니다. 싸이만의 '병맛'을 더해줄 '괴짜'를 제대로 만난 셈입니다. 나팔바지 조회수는 현재 1530만회. 단 20일만에 디지페디는 전세계 1500만여 네티즌에게 알려진 겁니다.

디지페디는 그래서 MV계의 싸이로 불립니다. 공동 대표이자 디렉터(감독)는 성원모, 박상우 씨 2명. 모바일 세로 화면폭 시청에 최적화한 뮤직비디오로 인터넷을 달군 에픽하이의 '본 헤이터(Born Hater)'를 만들었죠.



물론 초밥 비주얼로 충격을 줬던 오렌지 캬라멜의 '까탈레나'도 빠질 수 없죠. 소위 '약 빨고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노라조의 '니 팔자야', 360도 영상 촬영을 구현한 인피니트 '배드(BAD)'도 이들의 실험입니다.



지난해 장안의 화제곡이었던 EXID의 '위아래', 러블리즈의 '아츄'도 이들의 손을 거쳤습니다. 뻔한 것과 상식을 거부하죠. 지난 2월 설 명절, 노라조의 '니 팔자야'를 만들 때는 '셀프 예술 혼'에 빠져 명절도 반납한채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



디지페디 인터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디지페디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스튜디오 여기저기 쌓여있는 무대 소품과 에너지 음료들은 빠듯한 그들의 스케줄을 보여줍니다.

성 감독과 박 감독은 초, 중, 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친구입니다. 어려서부터 함께 그림을 그리며 꿈을 키우던 두 친구는 현재 우리나라 뮤직비디오 업계의 흥행 보증수표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은 재미와 창의를 찾기 위한 변신의 연속이었습니다. 성 감독은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든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복잡해'(2007년) MV로 데뷔했죠. 뮤직비디오 회사에 다닌 적도, 정식으로 디자인을 배운 적 없도 없습니다. 그들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뮤직비디오를 쏟아냅니다. 풍부한 삶이 밑거름이 된거죠.

두 친구는 9년 동안 30편이 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만든 노라조 '니팔자야' 뮤직비디오는 100% 크로마키 기법으로 촬영해 열흘 만에 유튜브 조회수 180만 건이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세로 프레임, 360도 뮤직비디오 영상을 제작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무조건 1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그 무엇을 찾는 것입니다.

▶ 본인들의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잘모르겠어요. 저희가 영업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인터뷰는 기회가 되면 응하고 있는데 요즘들어 요청이 늘었어요. 그래서 '우리를 많이 알고 있구나' 생각을 하지 일상생활에선 체감하지 못해요."

▶ 싸이 7집 MV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싸이는 요구하는 것이 확실했고 우리가 잘하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글로벌 스타다 보니 부담감이 컸죠."

▶ 뮤직비디오를 과감히 세로 프레임으로 전환한 이유가 있다면.

"예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아이디어였어요. 어느 날 편의점 앞에 설치된 세로형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MV는 가로로 제작되다 보니 세로형 디스플레이에서는 영상이 잘리거나 작게 표현되죠. 그런데 한 편으로는 잘려진 '세로영상'이 뭔가 좀 임팩트 있더라고요."

▶ 대형 기획사에서 러브콜이 올 때 기분은.

"오락으로 치면 한판 한판 깨가는 기분이에요."

▶ 디지패디만의 스타일은 뭔가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M/V를 보면 공통적인 느낌이 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특별한 연출법이 있다거나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작품 속에 녹아든 것 같습니다."

▶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그저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짧고 강렬한 영상이 오래 기억되죠. 그래서 뮤직비디오 매력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것만 할 생각은 없어요."


'뉴스래빗'은 한경닷컴 뉴스랩(Newslab)이 만드는 새로운 뉴스입니다. 토끼처럼 독자를 향해 귀 쫑긋 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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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연구=김현진 이재근 기자, 촬영=신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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