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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 열정도수 85% '김치버스'…열정 같은 소리, 또 해보자

  • 입력 2016-02-02 15:19:56
  • 수정 2016-02-03 11:08:03
스물아홉 '김치버스' 세계일주, 류시형 대표
어느덧 서른넷, 생계형 푸드트럭서 현실 고민

"열정 좀 식었지만 다시 열정도수 ↑, 시즌5 계획"


[ 편집자 주 ] 5년, 34개국, 8만Km, 김치버스 그리고 대책없는 낙천주의자.

류시형 김치버스 대표(34)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5년 전인 스물아홉, 우리 김치를 전세계에 알리겠다며 무작정 세계 여행길에 올랐다. 당시 만 스물 아홉. 서른 또래들은 결혼과 직장, 연봉 등 어른 성장통을 호소하며 현실 속에 허덕일 때, 낡은 푸드트럭 한 대만 믿고 홀연히 고생길에 올랐다. 그렇게 지난해까지 4차례 해외 여행(시즌 1~4)을 감행했다. 34개국, 8km를 내달리며 길 위에서, 김치와 함께 울고 웃으며 인생을 배웠다. 그 이야기는 책으로, 기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서른 중반. 국내에 돌아온 류 대표는 김치버스로 생업을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대책없는 낙천주의자일까. 지난달 25일 뉴스래빗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에서 푸드트럭 김치버스를 운영 중인 류 대표를 만나 그 때의 열정을 되물었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고 구박할 지 모르겠으나, 새해를 활짝 열어재낀 우리 모두의 열정이 한달 만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닌지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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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대표는 24살 때 처음 18개국 무전여행을 떠났다. 유럽, 러시아, 중국 베이징, 미국 알래스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 곳곳을 다녔다. 여행을 다니면서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나 음식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됐다.

여행 때 얻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경희대 조리학과를 졸업한 후 자신의 여행경험과 요리경력을 바탕으로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캠핑카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며 우리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프로젝트 준비 기간만 3년이 걸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이다. 재원마련을 위해 다수의 기업에 제안서를 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어렵사리 현대자동차와 몇몇 국내기업에서 1억5000만원을 후원받을 수 있었다.

그는 곧장 차를 개조했다. 음식을 할 수 있는 조리대가 있는 캠핑카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개조가 끝난 캠핑카에 조리 기구를 채워 넣었다. 완성된 캠핑카에 필요한 기구들을 채우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김치버스는 사실 금전적인 지원 없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어요. 마침 현대차의 홍보 프로모션과 방향이 맞아 진행이 가능했죠. 첫 지원 이후 여러 지인과 다양한 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2011년 모든 준비를 마치고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즌 1의 시작이었다.

# 시즌1 : 2011년 7월에 시작해 400일 간 세계일주 26개국(러시아 시베리아 횡단해 유럽에서 8개월, 북미대륙에서 5개월)

# 시즌2 : 2013년 하반기 국내 전역과 82일 간 일본을 돌며 김치버스 시즌2

# 시즌3 :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및 남미 지역 '칠리로드' 2014 브라질 월드컵 프로젝트(100일)

# 시즌4 : 2015년 5~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엑스포 스트리트 푸드축제

시즌 4까지 5년 간 34개국, 8만㎞를 여행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한국음식을 알렸다. 러시아 방문 중에는 한식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최고의 조리학교에서 강연을 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김치버스를 통해 참 많은 것을 겪었어요. 무전여행 때 도움을 준 이들을 찾아가 보답할 수 있는 기회도 됐죠. 여행 중 만나는 이들에게 제공된 음식은 모두 무상이었어요. 우리 음식과 문화를 보여주고 나눠주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죠."

류 대표의 닉네임은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다. 온라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본인의 성격을 담아 본인 스스로 지은 것이다.

그는 실패는 겪을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살다보면 노력으로만 되지 않는 일이 많은데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 실패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로 인해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류 대표가 사용하는 차량은 김치버스 프로젝트 당시의 차량이다. 주변의 다른 푸드트럭들은 장사를 위해 차를 구매해 개조했지만 그는 외국에서 탔던 차량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김치버스는 프로젝트에요.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거죠. 스토리와 메뉴 개발 등이 연계된 거대한 프로젝트에요."

해외에서 비영리로 운영됐던 류 대표의 김치버스는 국내에서 생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지금처럼 김치버스를 해외와 국내에서 공존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류 대표는 다시 시즌5를 기획 중이다.

"요새 열정이 좀 식었습니다. 결국엔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며 살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혼자만 실패하면 상관없지만 직원들 월급 걱정을 해야하거든요. 제 열정에 따라 일을하는 게 아니고 해야하는 일들을 하면서 살게 되는거처럼. 다시 채찍질 하기 위해 시즌5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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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연구=김현진·장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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