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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표류기] "정유라는 실기 때문에 울어본 적 있을까요?"

  • 입력 2016-12-20 10:52:21
  • 수정 2016-12-20 17:03:09
뉴스래빗 청년공감 기획, '청년 표류기' 9회
말 대신 땀 흘리는 진짜 예체능 입시 이야기


12월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치른 고3 교실은 휑합니다. 수험생 신분을 벗어던지고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에 한창이죠. 영화도 보고, 화장도 하고, 술을 배우기도 합니다.

다만 교실 밖 사회 풍경은 예년과 많이 다릅니다. 최순실의 마수가 대학까지 뻗쳐서죠.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4차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 날 청문회는 최순실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 의혹이 쟁점이었습니다. 정 씨는 수능 외 실기 성적이 중요한 체육학과 특기생으로 지원했습니다. 석연찮은 면접평가 최고점으로 턱걸이 합격했습니다. 소문만 무성하던 특혜 부정 입학은 사실이었습니다. 수험생은 분노했고, 학부모는 좌절했습니다. 되려 정 씨는 "돈도 실력"이라며 들불 같은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부끄러움이라곤 없었습니다.

예체능 실기를 준비하는 대다수 수험생은 돈을 실력으로 삼지 못합니다. 일반 대입과는 달리 실기생은 수능 후 해방감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이미 수능 다음 날부터 죽자사자 실기에 매진합니다. 아홉번째 '청년 표류기'는 지금 이 시간에도 부모와 돈 대신 오로지 실력으로 대학문을 두드리는 학생들 이야기입니다. 각자 실기는 달라도 이들이 바라는 사회는 같습니다. '노력이 보상받는 사회' 입니다.

정 씨처럼 체육학과를 지원하는 노은종(20) 씨.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체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내년 1월에 있을 실기시험 준비로 매일 땀으로 샤워 중 입니다.

"수능 다음 날부터 매일 아침마다 학원에 나오고 있어요. 실기시험 날까지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동을 합니다.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오로지 운동만 해요."

▷수능 끝나고 쉬지는 않나요.

"성적 받아들고 좌절한 틈도 없어요. 이미 같은 학교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거든요. 학원에서 매일 기록을 측정하고 평가를 받아요. 11월부터 본격 실기를 준비하는 두 달이 운동과 학업을 병했했던 지난 2년보다 더 힘들어요. 몸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요."

▷어떤 준비가 필요하나요.

"학교마다 실기 과목도 반영 비율도 달라요. 보편적으로 왕복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제자리멀리뛰기, 높이뛰기 등을 준비합니다. 타고난 운동신경 외에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죠."

※ 위 과목 외에도 축구 농구 체조 등 별도 과목을 보는 대학들도 있어 맞춤형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른바 상위권 학교일수록 시험 종목이 다양하고 특수합니다. 그만큼 진학이 쉽지 않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저는 제자리높이뛰기 기록이 친구들보다 낮아요. 강도 높은 훈련을 해도 하루 아침에 느는게 아니라 많이 힘들죠. 기록이 안나오면 답답합니다. 혼자 탈의실에서 운 적도 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이들 울어요. 열심히해도 기록이 안나오면 속상해서 눈물나는거죠."

▷정유라 울어본 적 있을까요.

"기록 때문에 우는 건 단순히 대학을 못 갈까봐 우는게 아니에요. 정말 운동이 좋으니깐, 좋아하는 걸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눈물도 나오죠. 그 사람(정유라)이 순수하게 운동을 좋아했고, 잘하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었을까요."

▷또래 수험생이 정유라 얘기를 하나요.

"당연히 하죠. 특히 정유라가 입학한 학교 입시반 친구들은 어떻겠어요. 그들이 느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훈련이 끝나고도 체육관에 남아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친구들이에요. 그런데 정유라는 합격이 노력과 무관하단 걸 보여줬잖아요. 누가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닦달 할 수 있겠어요."

실기는 체육만 보는 게 아닙니다. 강지원(19) 씨는 미술대학 실기에 열중입니다. 수능치고 와서도 밤에 물감을 짰습니다. 주말 반납하며 학원에 살고 있습니다.

"학교 끝나면 10시까지 학원에서 실기준비를 해요.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그림 그려요. 밥 시간도 아까워 도시락 끼고 그림 그리는 친구들도 있어요."

▷제대로 놀지도 못했겠네요.

"같은 반 친구들은 수능 치고 다들 영화보고, 쇼핑하러 다니면서 노는데, 여기 학원 친구들은 실기 준비하기 바빠요. 내년 설연휴 전 '다' 군 실기시험 전까지는 매일 나와야죠."

▷그림만 잘 그려도 대학 가나요.

"학교마다 수능성적과 실기시험 비율이 제각각이에요. 수능성적이 안 좋으면 실기위주로 보는 대학을 가기 위해 더욱 그림에 매진해요. 성적이 좋아도 실기를 망쳐 희망하는 대학에 떨어지는 경우도 태반이고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되네요.

"그렇죠. 특히 미대 입시는 변수가 많아요. 일단 그림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성적이나 기록처럼 수치화를 시킬 수 없어요. 정답도 없고요. 여름에 대학에서 주관하는 미술대회에서 상 받고도 그 대학 실기에서 불합격하기도 해요. 가산점도 미약하고, 외부에서 받은 상도 거의 무의미해요."

▷금메달 들고 시험장 간 정유라는.

"같은 예체능 대학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화가 나죠. 저희는 실기에 떨어져도 누구를 탓할 수 없어요. 스스로가 못 한거라 생각하죠. 근데 그 사람(정유라)은 저희에게 부모 탓을 하라니."

▷누가 누굴 탓해야 하는 걸까요.

"실력보다 권력이 쎈 사회를 탓해야죠. 학교 친구들이 주말마다 광화문으로 나가는 이유에요. 여기 학원 친구들은 입시때문에 갈 수 없어요. 억울해도 당장 있을 시험을 준비해야해요. 비싼 학원비 내주신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합격해야죠."

마지막으로 만난 김보라(22) 씨는 영화배우가 꿈입니다. 영화과 진학을 위해 연기 실기 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6일, 실기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한 반에 7명 정도 수업을 진행해요. 쉬는날이라고 안 나오는 친구는 거의 없어요. 자발적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연습해요."

▷실기로 어떤 걸 준비하나요.

"연기를 주로 연습하고, 특기로 무용이나 뮤지컬을 따로 배우고 있어요. 대학마다 요구하는 스타일에 맞춰 준비하죠. 제가 희망하는 대학은 실기 1차는 자유연기, 2차에서는 학교 지정작품을 연기해요. 당일 3~4줄 쪽대본을 주고 즉흥연기를 보는 학교도 있거요."

▷준비할게 많아 힘들지 않나요.

"힘들죠. 연기도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하니깐, 준비할게 한 둘이 아니에요. 마지막 지하철 탈 때까지 연습실 거울 앞에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시험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할 수 있는 한 많이 노력해야죠."

▷동갑인 정유라 보면 억울하진 않나요.

"그 사람보다 돈이나 권력이 없어 억울한게 아니에요. 사람마다 가진 돈은 다른데, 진짜 억울한건 꿈을 이루기 위한 기회를 잃었다는거죠. 개인의 노력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펼쳐지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기회를 잃었다면. 저희 같은 평범한 학생들은 노력해서 뭘 얻을 수 있는 걸까요?"

◎ 대한민국 헌법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1987년 10월 29일

▽ 올 한해, 모든 청년들 참 고생 많으셨어요 !.! -뉴스래빗

# ‘청년 표류기’ 세상과 사회라는 뭍에 무사히 닿기 위해 표류하는 우리네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청년과 소통하기 위해 명함 대신 손을 내밀고, 넥타이 대신 신발 끈을 묶습니다. 여러분의 '청년 표류기'를 공유해주세요. 뉴스래빗 대표 메일이나 뉴스래빗 페이스북 메시지로 각자의 '표류 상황'을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기록하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책임=김민성, 연구=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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