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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GO] 환불을 위한 헬스장은 없다

  • 입력 2017-01-30 08:00:11
  • 수정 2017-01-30 08:00:11
작심삼일의 '함정'‥월 2만원의 '미끼'

'명절 다이어트' 헬스장 끊을 당신에게


작심삼일(作心三日). 이 맘 때면 가슴 한 켠이 뜨금해지는 말이다. 새해 첫 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긴 포부는 그 새 어디로 갔을까. 매년 1월 외친 '다이어트’와 '몸짱’은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이런 마음을 알아서 일까. 거리 전봇대 곳곳 헬스장 전단지가 붙어있다. 월 2만원대. 취미 하나 갖기에도 통장 잔고를 살펴야 하는 요즘, 매력적인 가격에 일단 눈이 간다. 뒤이어 전단지 속 식스팩이 눈에 들어온다. 왠지 올여름에는 내 배도 쏙 들어가고, 솨아 갈라질 것 같다. 그래 올해는 다를거다. 일단 전단지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자.

직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는다. 곧장 각종 프로그램과 서비스 설명이 이어진다. 최신 운동기구 및 체성분측정기는 물론, 사우나, 찜질방 등 화려한 시설을 자랑한다. 몸짱 열풍 속 헬스장도 대형화, 체인점화 되어가는 추세다. 설명을 듣고 나니 운동 욕구가 더욱 샘솟는다. 이제 마지막으로 전단지 가격을 확인해본다.

“고객님, 전화상으로는 가격을 말할 수 없습니다.”

생각치도 못한 답변. 그럼 전단지에 큼지막하게 적힌 2만원은 무엇인가. 전화로 왜 가격을 알려주지 않냐 묻자, 넌지시 방문 상담을 권한다. 전화로는 상담 예약만 받으며, 예약을 해야만 할인이 된다고 한다. 곧장 10분 후에 가겠다 예약하고 헬스장에 들어선다.

직원 안내를 받으며 상담실로 가는 길, 100평은 족히 넘는 헬스장 가득 땀 흘리는 사람들. 괜시리 몸이 근질거린다. 자리에 앉자 직원이 코팅된 종이를 하나를 건넨다.

가격표다. 1개월 10만원, 6개월 26만원 그리고 12개월 38만원. 상상 밖 가격이다. 당황한 표정을 지으니 직원이 할인 혜택을 잔뜩 풀어낸다. 상담 예약을 하고 왔으니 운동복 대여비 2만원 면제, 6개월 이상 등록 시 추가 할인, PT(personal training · 개인 훈련) 무료 2회, 사우나 무료 이용까지.

그렇다. 전단지에 적힌 2만원대는 12개월 기준에 할인을 받은 가격이다. 1개월(10만원)에 비해 몹시 저렴하지만 꺼림칙하다. 그럼 그렇지, ‘낚인’ 기분이다.

한달 10만원은 너무 비싸고, 12개월은 솔직히 잘해낼 자신이 없다. 그렇다. 고민 끝에 중간인 6개월로 정한다. 잘한 결정이라고, 잘한 일이라고 자신을 다독여본다. 난 결코 '호갱'은 아니라고 말이다.

순식간에 직원은 계약서를 펼친다. 주의사항이 나열된다. 특히 해지 문제가 핵심.

중도해지 시 위약금이 발생한단다. (뭐 이정도 야)
위약금은 남은 일수를 정상 요금으로 정산한단다.(안 빼면 되겠지 헉)

순간 정신이 든다. 위약금이 남은 일수만큼 할인이 안된 요금으로 낸다고?

쉽게 말하면 '환불은 없다'다. 6개월 할인가는 한달 4만3333원. 예를 들면 두달을 다니다가 환불을 받고 싶다면 약 9만원 썼고, 17만원을 돌려받는게 많다. 헬스장 위약금 계산대로면 한달 10만원. 정상가에 4개월 치 40만원을 물어줘야한다.

배(환불금)보다 배꼽(위약금)이 더 큰 구조를 만들어 놓고 환불을 원천 봉쇄한다. 다른 헬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A 헬스장은 상당 때부터 "할인 받을 경우 아예 환불은 안된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부득이하게 더이상 운동을 나올 수 없는 상황은 어떻게 하나. 사고가 날 수도,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갈 수도 있지 않나,

헬스장은 ‘양도’를 하란다. 여기서 양도란 남은 기간을 제 3자에게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걸 말한다. 도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팔라는 건가.

국내 유명 중고 커뮤니티 사이트 검색창에 ‘헬스 양도’를 검색했다. 놀라웠다. 23일 하루에 올라온 판매글만 122건.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치 올라온 글만 640여건에 달한다.

대부분이 6~12개월 사이 장기 회원권. 적게는 20만원 대부터 많게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회원권은 지역,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개인 양도는 당연히 자신이 지불한 회원권 가격보다 저렴하다. '울며 겨자먹기'로 소비자는 중고게시판을 기웃거린다. 헬스장의 일방적인 환불 거부에 소비자들만 애먼 온라인 게시판을 붙들고 있는 거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해동안 헬스장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1364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계약해지 관련 피해’가 86.1%로 압도적이다. 계약 해지 피해 유형은 다시 위약금 과다 요구, 계약해지 거절, 환급지연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위약금 과다요구가 42.0%로 절반을 차지한다. 이어 계약해지 거절이 35.4%, 환급지연이 8.7%. '환불을 위한 헬스장은 없다'는 정부 공식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헬스장 계약 중도해지 및 환불은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31조에 따라 소비자는 계약기간 중 언제든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남은 금액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헬스장이 이를 위반하면 동법 66조에 따라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계약 당시 헬스장 주인이 "환불 안된다"고 못박았다 해도, 이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일방적인 환불 거부는 불법이다. 법적 구제를 받으려면 관련 주무기관인 한국소비자원에부터 신고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도 국내 헬스장 환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담당관은 “매년 헬스장 관련 피해구제 접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헬스장 그리고 PT 계약 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6개월 꾸준히 다니라 다짐하며 러닝머신 위에 선다. 10여 분을 달리니, 한눈에 봐도 몸이 좋은 트레이너가 다가와 반갑게 인사한다. 본격적인 운동 전 체성분측정기로 근육량, 체지방, 골격 등을 상세히 분석해준다. 대학 수업에서나 들을 법한 각종 건강 지식도 덤으로 얹어준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친절하게 운동을 알려준다. 30여 분 간 1:1로 운동하니 짧은 시간이지만 확실히 효과가 느껴진다. 원하는 부위마다 제대로 자극이 들어온다. 왜 연예인들이 PT를 받는지 알 것 같다. 흘린 땀만큼 좋아진 기분을 느끼며 샤워장으로 향하자, 친절한 트레이너가 상담실로 부른다.

“같이 운동해보니 어땠어요?”

당연히 좋았다. 그 역시 초보자일수록 제대로 해야지만 돈과 시간을 모두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 같아 동의하자, 그가 미소를 띠며 6개월이면 몸이 확연히 변할 거라 말한다. 오늘만 같이 6개월 운동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결정을 하자마자 역시나, 트레이너는 책상 밑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다.

PT 가격이 책정된 표다. 1회 10만원, 10회 60만원 대, 20회 120만원대, 30회 180만원대, 60회 280만원대. 기간 별 가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일주일에 2~3번, 6개월을 하려면 300만원 가까이하는 60회를 등록해야 한다. 부담스럽다 말하자, 30회를 추천한다. 그럼에도 100만원을 가뿐히 넘는 금액. 사회 초년생에겐 여전히 부담이다. 헬스장 6개월 이용료 26만원이 싸게 느껴진다

트레이너에게 PT를 꼭 해야하는지를 물었다. 그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트레이너들은 PT비로 먹고 살아요. 그나마 헬스장에 대여비 명목으로 PT비 절반 이상을 떼어줘야 해요.”

'몸짱' '얼짱' 멋있던 그가 절박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헬스장 한달 2만원 '싼맛'에 이끌려 온 마당에 200만원 넘는 돈을 PT비로 쏟을 수는 없다. 다음을 기약한 채 그와 어색한 악수를 나눈다.

서울시내 PT 1회 가격은 싸게는 4만원부터 부르는 게 값인 수준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이 횟수가 늘어날수록 평균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진다. 대부분 트레이너는 헬스장을을 개인 자격으로 대여하는 프리랜서다. 자신의 구역에 더 많은 손님을 끌어와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할인폭 등 결정권은 트레이너 재량인 경우가 많다. 횟수 추가나, 프로그램 변경 등도 그만큼 유동적이다. PT비는 일종의 '시가'다. 내가 낸 PT비과 당신이 낸 PT비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 3년간 트레이너로 일했던 송모(29, 남) 씨는 “PT 회원을 받아야지 돈을 벌 수 있다”며 “월급 개념으로 받는 기본급은 100만원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높게 가격을 부른 뒤 할인을 크게 해주는 전략이나, 운동 초보들에게 큰 기대감을 줘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속일 수 없지만, 멋모르는 PT 초보자는 당하기 쉽상이다.

한국소비자원이 강조한 소비자 주의사항은 이렇다.

1. 충동적 장기간 계약을 삼가라.
2. 계약 유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라.
3. 계약서를 쓸 때 환불기준을 반드시 확인하라.
4. 계약서를 꼼꼼히 챙겨라.
5. 6개월 이상 장기간 계약은 신용카드 할부 결제하라
.

특히 5번을 잘 기억해야 한다. 갑자기 헬스장이 폐업 등으로 잔여대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면, 카드사를 통해 잔여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어서다. 명절에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해 헬스장 문을 두드릴 계획이라면 더더욱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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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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