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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 X 구글] 
비흡연자에게 
흡연공간이 더 필요한 이유

  • 입력 2018-03-02 13:33:01
  • 수정 2018-03-05 14:16:36
뉴스래빗 X 필터(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20대의 흡연권 & 솔루션, 두번째 이야기

1만8485곳 vs 79곳
서울의 현격한 차이, 어떤 공간일까요.
필터 Pilter X 뉴스래빗 NewsLab-it


'길빵', 길에서 남이 뿜은 담배연기를 맞는 일을 뜻합니다. 길을 걷다보면 수시로 경험하는 간접 흡연 길빵. 비흡연자들은 불쾌하고, 흡연자 역시 그 기분을 알기에 배려하며 피우려 합니다.

그런데 왜 흡연자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까요? 금연구역은 어디나 있지만 흡연구역은 찾을 수가 없는 탓입니다. 어쩔 수 없이 흡연러(흡연자)는 비흡연자를 피해 길가에서 흡연을 합니다. 금연 구역을 지정하는 것만이 모두를 위한 길일까요? 흡연자도 눈치 보지 않고 비흡연자도 피해 보지 않으려면 명시된 흡연구역이 필요합니다.

뉴스래빗과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3기 팀 필터는 2018 컬래버레이션 주제로 '20대의 흡연권 & 솔루션'을 이야기합니다. 데이터저널리즘, 영상 제작, 집단 인터뷰, 모션그래픽, 인포그래픽, 게임, 스토리텔링까지 다양한 디지털 저널리즘 형식을 총동원합니다.

흡연권과 혐연권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한 담배를 피울 터, 스토리 2편은 서울시내 흡연구역 및 금연구역 실태 운영 실태를 고발하는 데이터저널리즘 기반 인포그래픽 영상, 그리고 흡연 정책 미비로 혼란을 겪는 20대 청년들의 표류기입니다 !.!


▽PLAY▽ [모션그래픽] 1만8485곳 vs 79곳

비흡연자 성은씨는 담배 연기에 민감하다. 저 멀리서부터 나는 연기도 바로 알아차릴 정도라, 가끔 길에서 흡연자를 마주치면 저절로 표정이 찡그려진다. 오늘도 집 근처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세 번이나 마주쳤다. 연기를 맡기 싫어 숨을 참고 한 사람을 지나쳤지만 몇 걸음도 못 가 흡연자를 또 만났다. 할 수 없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걷다가 몇 발자국 앞에 있는 또 다른 흡연자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차라리 세 사람이 한 곳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거기만 피하면 될 텐데, 따로 흡연구역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후에는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 강남역 번화가에 왔다. 집 근처에서 간접흡연을 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강남역은 금연 거리라 안심이다. 하지만 그것도 대로변만 그렇지,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연기를 뻐끔거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골목에 접어들자마자 나오는 편의점 앞에도 흡연자가 있었다.

약속 장소에 가려고 뒷골목 쪽으로 갔다. 금연 거리는 아니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곳곳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공용 재떨이 앞에 몰려서 피우기 때문이다. 저 정도만 되어도 피할 수 있으니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금연구역’ 팻말이 붙은 곳에도 재떨이가 있다는 점은 이상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워선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재떨이가 설치돼 있으니 그들도 무단으로 피우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흡연자 도환씨 역시 고민이 많다. 얼마전에 강남역 번화가에 있는 직장에 취직을 했는데, 출근길 대로변 모두가 금연거리로 지정돼 있었다. 회사로 가려고 강남역 9번 출구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울 곳을 찾았으나 온통 금연구역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겨우 몇몇이 구석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곳을 찾았다. 그들에게 "여기서 담배를 피워도 되나" 하고 물었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눈치를 봤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보이자 그들은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는 "잘 모르지만 금연구역 표시는 없으니 그냥 피운다”고 답했다. 흡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라 단속 요원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강남역 인근 흡연구역을 찾아봤다. 아뿔싸, 거긴 흡연구역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었는데, 피워도 되는 건지 아닌지 헷갈렸다. 점심을 먹고 검색으로 찾은 10번 출구 쪽 흡연구역을 찾아갔다. 막상 찾아가려 하니 아무런 안내도 없어서 찾기가 어려웠다.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종업원에게 흡연구역이 어딘지 물었더니 "여긴 그런 곳이 없고, 바로 앞에 있는 벤치에서 자주 피우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상했다. 뒤편에 있는 주차장에서도 많이들 담배를 피운다기에 주차장으로 가서 관리인에게 물어봤다. 대뜸 “저기, 저 벽에서 피워!” 했다.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흡연구역이 어딘지 정확히 모르는 눈치였다.

다행히 얼마간 걸으니 흡연구역처럼 보이는 곳이 나왔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검은 펜스가 둘러있고, 한가운데 놓인 재떨이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공간이 비좁아 몇몇은 바깥에서 피우다가 한 사람이 나오면 들어가서 피우는 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흡연구역을 알리는 팻말이 전혀 없어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떨이가 있으니 피운다.”고 답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또 다른 흡연구역으로 가는 길에, 지도에는 없는 흡연구역이 두어 곳 더 있었다. 한 곳은 금연구역 표시가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재떨이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금연구역인지 흡연구역인지알리는 팻말이 없었다. 강남역을 자주 오지 않는 사람이라면 흡연구역을 찾지 못해 길가에서 피우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흡연구역에 도착해 처음으로 ‘흡연구역’이라 적힌 표시를 발견했다. 근처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강남역에서 흡연구역은 여기 뿐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어디로 가야할까

성은씨와 도환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강남역에는 ‘모호한’ 흡연구역이 많다. 지도에는 표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안내 팻말 하나 없는 흡연구역, 금연구역 팻말이 붙어있는 흡연구역, 아무런 안내 없이 재떨이만 놓인 흡연구역이다. 모두 행인들이 보기에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는 곳도, 그렇다고 마음 놓고 피울 수 있는 곳도 아닌 ‘모호한’ 흡연구역이다. 이때문에 흡연자는 담배 피울 장소를 찾기가 어렵다고 불평하고, 비흡연자는 간접흡연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울시내 금연구역은 1만8845곳이지만흡연 시설이 설치된 곳을 포함한 흡연구역은 79곳에 불과하다.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 내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금연시설 관리자는와 금연구역만큼 흡연구역을 지정해 관리하지 않는다.

취재팀이 서울시 건강증진과에 금연구역은 많이 지정하고 흡연구역은 적게 지정한배경을 묻자 “금연구역이 아니라면 어디서나 흡연할 수 있어 흡연구역을 굳이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나 이런 정책은 금연구역도 흡연구역도 아닌 장소가 회색지대로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비흡연자 OOO씨는 “그렇다면 금연구역이 아닌 모든 곳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고, 흡연자 OOO씨는 “흡연구역 지정이 모호해 눈치를 보며 피워야만 한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미흡한 가이드라인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서울 흡연구역


국민건강증진법을 들여다봐도 금연 및 금연구역과 관련한 항목은 많은데 흡연구역에 대한 항목은 9조 4항이 전부다. 흡연구역 지정도 시설 소유자나 관리자의 재량에 맡겼다. 시행 규칙에도 위치에 대한 규정은 ‘시설의 출입구로부터 10미터 이상의 거리에 설치하여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규정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흡연자인 김지현(32)씨는 “회사 후문과 부스 출입구가 너무 가까워 담배연기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출퇴근길마다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해외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자세한 흡연구역 관련 규정을 둔 나라가 많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흡연구역 지정 가이드라인은 흡연구역이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하는 것은 물론, 주 도로로부터 5m 떨어져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반드시 보행자를 배려하여 대체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심지어 흡연구역을 확실히 표기하고, 흡연구역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정표를 설치하라고도 규정했다.

일본은 ‘분연(分煙)’ 정책을 택했다. 분연이란 비흡연자의 혐연권과 흡연자의 흡연권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도보 5분 거리마다 흡연 부스를 설치하고, 구역 밖에서 흡연할 경우 높은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흡연 구역을 늘리는 것은 흡연 문화를 조장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39.4%)이 일본 성인 남성 흡연율(28.2%)보다 높다.

흡연자보다 비흡연자가
흡연할 장소를 원하는 사회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흡연구역이 모호하게 지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흡연부스와 같은 시설을 설치해둔 곳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 흡연부스가 설치된 곳은 43곳뿐이다. 흡연 인구에 비해 부스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크기도 작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부스 밖에 나와서 피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취재팀이 만 19세 이상 성인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흡연자들은 열악한 흡연 환경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김헵시바(21)씨는 "환기가 잘 안 될 뿐 아니라 공간이 너무 좁아 사람들이 성냥갑 속에 들어간 것처럼 다닥다닥 붙어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불평했다. 신동윤(27)씨는 "흡연부스는 꼭 닭장, 그것도 폐사 직전의 닭이 든 닭장 같다”고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모호한 금연구역/흡연구역의 경계, 흡연구역의 미흡한 관리로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OO년 O월 19세 이상 성인 OOO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길거리 흡연구역 설치에 찬성하는 비흡연자는 80.6%로, 흡연자 77.0%보다 많았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최비오 정책부장은 “흡연권을 최소한 보장해주고 비흡연자분들도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는 흡연실이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스래빗 X 구글 ?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3기 장학생 팀 '필터'와 펠로우십 호스트인 뉴스래빗이 함께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든 새로운 뉴스 실험 콘텐츠 입니다. 지난 3달 여간 20대의 젊은 시각과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실행력으로 디지털 저널리즘 실험을 함께 해준 필터 팀 4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

책임= 뉴스래빗 X 연구= 필터 PILTER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3기 장학생 장재은 황선정 김강령 이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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