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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정책제안] 
선관위원장님, 113만원 
꼭 받아야겠습니까?

  • 입력 2018-06-15 09:00:00
  • 수정 2018-06-15 13:56:23
'국민 알 권리' 정보공개청구의 그늘

'정치자금 지출 내역' 무려 113만6000원
구시대적 개인정보 마스킹에 수수료 부과

미국은 청구 절차 고려해 수수료 책정
선관위 자체 프로그램 만들어놓고
엑셀 대신 PDF로 데이터 제공 '답답'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님(이하 선관위), 113만6000원 이 돈 꼭 받으셔야겠습니까?


안녕하세요, 저희는 실험적 뉴스 R&D센터, 뉴스래빗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국회데이터랩 데이터저널리즘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각종 혜택과 영향력은 큽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있는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국회데이터랩 을 시작했습니다. 1편 국회 본회의 출석률을 시작으로 2편 법안발의 현황, 3편 국회의원 재산, 4편 상임위원회 출석률 기사를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총 9편이나 됩니다.


1회: 20대 국회 '결석왕' 서청원…톱20 중 17명 자유한국당

2회: 20대 국회 '개미와 베짱이'…김무성 등 법안 대표발의 '0건'

3회: 20대 국회 입법 타율왕 톱20…박광온 등 개근왕-가결왕 '2관왕'

4회: 단 2.6%…5~8선 중진의원들 발의 안하나요?

5회: 20대 국회의원 재산 총 1조2547억…증권>건물>예금>토지 '재테크'

6회: [데이터 공유] 20대 국회 의원 286명 및 직원 37명 재산 내역 공유합니다

7회 : 또...자유한국당 국회 상임위 무단결석 1등, 출석은 꼴찌

8회 : 본회의-상임위 결석 2관왕 12명…서청원 한선교 조원진 김용태 김무성 톱5

9회 : [데이터 공유] 20대 역대 국회의원 302명 상임위 전원 출결 성적표



뉴스래빗은 수집한 데이터를 국민과 독자, 그리고 외부 단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합니다. 국회의원 재산 데이터와 상임위원회 출석률 데이터는 구글 스프레드시트 형식으로 공개했습니다. 누구나 복사할 수 있고, 긁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한국은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공공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뉴스래빗이 확보하고, 디지털 환경에 맞게 변환한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면 시민사회는 저희보다 더 나은 오롯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개합니다.

그러나 뉴스래빗도 최근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공공기관을 만났습니다.

바로 권순일 위원장님이 계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입니다.

뉴스래빗은 차기 #국회데이터랩 기획으로 '국회의원 후원금 및 정치 자금 수입 · 지출 내역'을 분석하려고 합니다. 이는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유하고, 공개하는 정보입니다.

뉴스래빗은 이미 2018년 5월 25일 관련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통해서입니다. 데이터 양이 어마어마할 거라 짐작은 했습니다. 2017년 한해 20대 국회의원 역대 302명의 모든 수입과 지출 내역을 포함하니까요.

그러나 그 정보공개청구 결과는 '첨부파일 용량 초과로 수수료 입금 확인 후 발송'이었습니다. 그 수수료는 113만6000원.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 돈을 내면 청구한 데이터를 개인메일로 전달해 주겠다는 통보였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처리 조회서에 적힌 113만6000원 수수료 산정 방식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250원 + 50원 × (45437매 - 1)) / 2 - 25원(감액) = 113만6000원

알쏭달쏭한 금액 산정입니다.

뉴스래빗은 중앙선관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수료 부과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뉴스래빗이 지난 2년간 다양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 수십 건 진행했지만 수수료를 부과한 곳은 없었던 탓입니다.

뉴스래빗은 중앙선관위 조사과 담당 공무원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고 "정보의 사용 목적이 공공복리를 증진한다고 인정되면 수수료를 감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물어봤습니다.

정보공개법 제 17조는 공공기관이 해당 정보를 모으는데 발생한 비용이나 정보를 우편 등으로 개인에게 발송할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를 감면해주도록 규정합니다.
제17조(비용 부담) ② 공개를 청구하는 정보의 사용 목적이 공공복리의 유지·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비용을 감면할 수 있다.

공개하는 정보가 공공복리에 도움이 될 경우입니다. 뉴스래빗은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청구를 이용해 보도를 통한 공공복리 증진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담당자는 "이미 장당 25원을 감액했다"고만 답했습니다. 이상합니다. 뉴스래빗은 수수료 감면을 신청한 적 없는데 자동으로 25원 수수료 감면이 선반영됐습니다. 공공복리 유지 및 증진을 위한 건지 중앙선관위는 따져본 적이 없습니다.

수수료가 발생한 핵심 이유는 '부분 공개 처리' 즉 부분 비공개 결정 때문입니다. 비공개 사유는 위 처리결과에도 적혀있듯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상세주소 등 개인정보 탓입니다. 중앙선관위는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어디에 썼는지 내역을 공개하려면 이 같은 개인정보 부분을 마스킹 작업(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자료의 특정 부분을 지움)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인건비가 든다는 입장인데요.

권 위원장님에게 묻습니다. 정보공개 제도가 수익 사업인가요? 마스킹 작업 때문에 비싸다고 하는데, 정보공개법 취지에 맞게 개인정보 관련 정보를 제외한 공개문서 형태를 선관위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주민번호, 개인전화번호, 주소 등 항목은 아예 정보청구 공개용으로 파일 항목에서 제외해서 정기적으로 공개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선관위가 수집한 국회의원 자금 사용 내역에 개인정보가 담겨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에 100만원이 넘는 마스킹 비용을 요구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당연히 국민이 청구하는 국회의원, 정치인, 고위공직자 관련 정보엔 개인 정보가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그럼 이런 데이터 공개 청구 때마다 국민에게 수수료를 요구하시겠습니까? 국회의원 후원금 사용내역이 국민이 개인 돈을 내면서까지 확보해야 하는 정보입니까? 국회의원이 후원금을 투명하게 사용했는지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여야 합니다.

더욱이 뉴스래빗이 청구한 국회의원 후원금 사용 내역 자료가 이미 이전 누군가의 수수료 지불로 마스킹이 된 자료인지, 아니면 이번에 새로 마스킹을 하는 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조사과 담당자는 "다른 기자들도 다 돈 내고 받아간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럼 중앙선관위는 이 데이터를 국회의원에게 돈을 주고 확보하셨습니까? 국회의원 후원금 사용내역 제출은 의무 사안입니다. 그런데 왜 중앙선관위는 왜 돈을 받고 정보를 공개하시나요?

중앙선관위 누리집 상단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공공복리의 유지·증진을 위하여 비용의 감면이 필요하다고 인정 시' 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쓰여있습니다.

권 위원장님 뉴스래빗 정보공개청구 요청에 '장당 25원 감면'이 필요하다고 결정하신 이유는 뭔가요?


선관위 누리집엔 아래와 같이 적혀있습니다.

공공복리의 유지・증진 목적이면 수수료 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전자파일로 변환하면 사본 수수료의 절반입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정보가 공개되면 전자파일 요금을 적용합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위와 같이 정보공개청구를 종이 사본으로 하면 장당 50원, 전자파일은 25원을 수수료로 부과합니다. 뉴스래빗은 온라인 시스템으로 청구해서 장당 25원이 부과한 듯합니다.

자 그럼 미국은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수수료를 얼마를 산정할까요. 일단 장당 복사 비용은 0.15달러(약 16원)입니다. 청구인이 정보 공개를 요청하면 25달러(2만6800원)까지는 수수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간주합니다.

만약 25달러 이상 소요된다고 판단하면 청구인에게 알립니다. 수수료 지불 의사를 묻습니다. 수수료가 250달러 이상으로 측정되면 담당 기관은 청구인에게 선지급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시켜놓고 '잠수' 탈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수수료 안내

미국의 제도가 무조건 좋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정보공개 청구 과정에 청구인과 수임자가 겪을 수 있는 곤란한 상황을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우리 중앙선관위처럼 사본은 건당 얼마, 전자파일은 건당 얼마, 필름은 건당 얼마라는 식으로 '퉁쳐서' 요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정치자금회계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선거의 예비 후보자, 후보자후원회, 정당선거사무소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금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중앙선관위 정치자금회계프로그램 안내

정치자금회계프로그램 설명서 39쪽 '보고서 및 수입·지출부' 항목에서 프로그램의 편리함을 소개합니다.

© 중앙선관위 정치자금회계관리 프로그램 사용자 매뉴얼 39쪽

42쪽은 수익·지출보고서를 엑셀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중앙선관위 정치자금회계관리 프로그램 사용자 매뉴얼 42쪽

뉴스래빗보다 앞서 정치자금 지출내역 보도를 한 오마이뉴스의 후기에 따르면 2016년 선관위에서 제공한 데이터는 PDF 사본입니다. 엑셀로 뽑을 수 있는 데이터를 굳이 PDF 파일로 바꾸고 그 작업에 소요된 비용을 수백만원을 기자에게 청구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보도를 통한 공공복리 증진이 그 목적인데 말입니다. 정치 자금 수입·지출 정보의 공적 가치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을 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노파심마저 생깁니다.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님, 113만6000원 이 돈 꼭 받으셔야겠습니까?

기자에게도, 일반 국민에게도 113만원은 큰 돈입니다. 평범한 시민이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10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부과받는다면 더 진행할 엄두가 날까요? 113만원이라는 높은 수수료 책정이 오히려 국민의 공공데이터 접근성을 심각히 헤치는 듯 합니다.

이 탓에 정보공개법의 핵심인 '국민의 알 권리'가 퇴보할까 우려됩니다.

뉴스래빗에 '2017년 국회의원 후원금 및 정치 자금 수입 · 지출 내역' 데이터를 무상으로 공개하신다면, 저희는 이 데이터를 외부에서 접근하고 사용하기 가장 쉬운 형식으로 변환해 시민사회에 무상 공유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시민 누구나 국회의원이 후원금과 정치자금을 똑바로 썼는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모든 국민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에 보유 정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 허용 범위 안에선 정보 종류나 분량에 제한도 없습니다. 청구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는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 또는 접수한 모든 형태의 기록'으로 규정합니다. 사실상 모든 정보죠. 국민에게 알 권리를, 공공기관엔 국민의 요구를 따를 의무를 부여한 좋은 제도랍니다.

공공데이터법(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1조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데이터의 제공 및 그 이용 활성화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공공데이터에 대한 이용권을 보장하고,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데이터 정책제안 ? 질 좋은 데이터저널리즘 콘텐츠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뉴스래빗이 공공데이터 수집 및 정제, 분석 등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데이터 관련 정책을 정부 및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제안합니다.

책임= 김민성 기자, 연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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