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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염에 쓰러진
'영업사원 무직자 노숙자'

…3대 경제취약층 일상 '직격탄'

  • 입력 2018-08-09 10:50:16
  • 수정 2018-08-09 14:48:15
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 #DJ래빗

2014~2018년 5년 치 전국 517개
응급실 온열질환자 직업 및 유형 전수 분석

1. 사망자 포함 온열질환자 3329명 역대 최고(5일 기준)
2. 환자 증가율 높은 3대 직업: 판매종사자, 노숙인, 무직
3. 환자 증가율 높은 3대 장소: 집, 길가, 주거지주변

획일적 대책 아닌 지역·직업별 '마이크로' 대책 절실


서울 명동 거리 노점을 운영하는 한 판매상인이 폭염 아래 연신 부채를 부치고 있다. 사진=뉴스래빗

뉴스래빗은 2018년 8월 1일 전국 무더위쉼터의 실태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전국 5만2000여곳 쉼터를 인터랙티브(interactive) 지도에 시각화해 서비스하고 있죠. 수만 곳 쉼터를 아는 국민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있었습니다. 당장 국민재난안전포털에만 해도 쉼터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유령 쉼터'만 313곳이었습니다.

정부의 '엇박 대책'에 국민은 속수무책입니다. 111년만에 최악 폭염이 찾아왔지만 마땅한 대처법을 찾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일 때문에, 생활 때문에 야외로 나가지만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할 쉼터는 도무지 어딘지 알기 어렵습니다. 전기 누진세 두려움에 에어컨 켜기를 망설이는 국민도 많습니다.

뉴스래빗은 무더위쉼터에 이어 '온열질환자 수'에 주목합니다. 분석 결과 '역대급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진 이들은 판매종사자·무직자·노숙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직종에서 작년 대비 온열질환자가 2~3배 늘어 증가율이 가장 가파릅니다. 생계 혹은 생활 속에서 불가피하게 실외에 오래 머무르는 이들입니다. 1995년 미국 시카고를 강타한 폭염으로 독거 노인이나 오래된 건물 거주자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이 주로 사망했던 경우와 같은 이치입니다.

온열질환자 수는 폭염이 사회에 끼친 영향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유난히 뜨거운 이번 폭염, 종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질병관리본부가 매일 공개하는 '온열질환자 수'를 취합해 살펴보고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봅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517개 응급실에서 온열질환자 현황을 취합합니다. 이를 모두 합해 홈페이지에 공개하죠. 한글(hwp) 또는 PDF 문서로 된 자료들을 뉴스래빗이 데이터화했습니다.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과 약간의 수작업을 통해 가공 및 분석했습니다.

#1. '역대급 폭염'에 온열질환자 폭증
:) 1년새 1.6배↑…아직 끝나지 않았다


▽ 전국 온열질환자 연도별 추이 (2014~2018)
▽ 2018년 12주차는 8/5 하루만 포함


2018년 여름, 전국 3329명(8월 5일 기준)이 온열질환에 시달렸습니다. 최근 5년 중 상대적으로 더운 축에 속한 2016년 환자 수보다도 1.6배나 많습니다. 아직 온열질환 감시 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12주차에 환자 수 증가폭이 한풀 꺾인 듯 보이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12주차 데이터에는 8월5일 하루 치 데이터만 포함한 까닭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는 매일 하지만 집계는 주 단위로 하는 데서 오는 왜곡 현상입니다.

▽ 2018년 인구 유형별 온열질환자 (8월 5일 현재)
▽ '주' 단위는 일요일~토요일
▽ 시·도 지역 구분은 응급실 소재지 기준
▽ '온열질환자'엔 사망자 포함

2018년 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질병관리본부는 온열질환자 수를 성, 연령, 직업, 장소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집계는 상식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가장 뜨거운 낮 시간대, 햇볕에 압도적으로 많이 노출되는 실외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입니다. 682명으로 전체 3329명 중 20%에 달합니다. 65세 이상 환자가 1103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0~49세 환자를 모두 합한 수와 대동소이하죠. 65세 이상 인구 수가 0~49세에 비해 훨씬 적은 점을 감안하면, 노년층이 온열질환에 확연히 취약함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발생 장소별로 봐도 결과는 당연합니다. 온열질환자 수는 실외(2444명)가 실내(885명)를 2배 이상으로 압도합니다. 햇볕에 많이 노출될수록 온열질환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2. 환자 수보다 '증가율' 주목해야
:) '역대급 더위' 직격탄 영업사원·무직자·노숙자


▽ 직업·장소별 온열질환자 증가율 (2017년 대비)


절대 환자 수보다 눈여겨 봐야 할 수치는 증가율입니다. 뉴스래빗 분석 결과 2018년 '역대급 폭염' 직격탄은 영업사원(판매종사자)·무직자·노숙자들이 맞았습니다. 온열질환자 중 이 세 직종 종사자 수가 2017년보다 2~4배 늘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야외에서 일하지만 더위를 식힐 시간이나 장소가 마땅치 않은 직종들입니다. 절대 수는 기능원, 농어업 종사자, 기계 조작 조립 종사자 등 근무 환경이 뜨거운 직종에 많지만, 더위가 피할 수 없는 수준이 되니 '생계형 야외 근로자'에 급격하게 영향이 확산된 셈입니다.

장소별 증가율은 어떨까요. 집, 길가, 주거지 주변이 2017년 대비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업무, 야외 활동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온열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작년보다 크게 늘었단 뜻입니다. 역사상 가장 뜨거운 올해 '역대급 더위'의 영향입니다.

#3. 누진세 완화해 에어컨 맘껏 쐬었다면
:) '시카고 폭염' 교훈 한국에도 유효


정부가 매일 발표하는 온열질환자 수를 보니 올해는 여러 모로 거스를 수 없을 만큼 더웠습니다. 2017년과 비교하니 올해 더위는 극한 근로 환경 등이 아닌 일상 생활 환경에까지 침투했습니다. 국민은 '역대급 폭염'을 있는 그대로 맞아야 했습니다.

1995년 기록적 폭염으로 700여명이 사망한 미국 시카고. 4년 후 다시 찾아온 폭염엔 달랐습니다. 무더위쉼터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취약 계층 가정에 지속 방문하는 등 공공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8월 6일에야 가정용 누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매일 발표하는 온열질환자 수를 모니터링했다면 어땠을까요. 누진세 완화 시행을 좀 더 일찍 발표해 시민들이 에어컨을 부담 없이 사용했다면 온열질환자 및 사망자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



# DJ 래빗 ?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해 발견한 의미를 신나게 엮어봅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책임= 김민성, 연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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