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업무추진비 금액이 가장 큰 해는 2015년입니다. 공개된 내역으로만 한 해동안 15억9670만9694원을 썼네요. 이후 지출 규모는 1년에 10억원 중반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2016년엔 허리띠를 강하게 졸라맨 듯 보입니다. 한 해만에 업무추진비 지출이 4억원 이상 줄었죠. 2016년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첫 해입니다. 이후 2017년, 2018년엔 13~14억원 수준으로 다시 늘어나 2015년에 가깝게 쓰고 있습니다.
제주도청 공무원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해산물입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공개된 역대 업무추진비를 다 합해 상위 20곳을 추린 결과입니다.
총 지출액 상위 20곳 중 9곳이 해산물집입니다. 돼지고기집과 한식집이 각 4곳씩, 소고기집은 2곳, 삼계탕집은 1곳입니다. 대부분 제주도청이 위치한 시가지 내에 있죠. 회사원이라면 업무상 식사로 으레 찾는 중국요리집, 양식집 등이 상위권에 없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제주는 '관광도시'입니다. 특산물을 재료로 한 맛집이 넘치죠. 하지만 제주도청 공무원들은 멀리 나가지 않는다는 걸 지도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거주한 직장인 김모씨(40)에게 물으니 "'톱 20'엔 신흥 강호와 노포가 뒤섞여 있다"라며 "주로 제주공항 앞 신제주 부근 맛집과 공항에서 가까운 용두 해안도로 인근 맛집을 자주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업무추진비 3건 중 1건
'출처 없음'
제주도 업무추진비를 정리해보니 부서를 막론하고 '먹은 내역'으로 가득합니다. 지출 건마다 써있는 지출 목적을 빠르게 훑어만 봐도 상당수가 '간담회' 건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간담회는 대부분 식사를 동반합니다.
업무추진비를 사용처별로 분리해봐도 상품권 등을 구입하는 제주은행, 상비용 간식이나 소모품을 구매하는 마트를 제외하면 지출 규모 면에서 '톱20' 음식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사용처가 없습니다.
다만 이는 출처가 명시된 내역에 한합니다. 사실 업무추진비 전체 내역 3만6807건 중 1만3619건엔 사용 장소가 기재돼있지 않거든요. 3건 중 1건은 어디에서 썼는지 제주도민이 알 수조차 없는 셈입니다. 업무추진비는 2011년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정확히 의무 공개해야 하는 사항인데 말이죠.
업무추진비로 간담회를 열고 식사를 함께 하는 것 자체를 나쁜 일로 볼 순 없습니다. 다만 도민의 세금으로 하는 일인만큼 보다 꼼꼼할 필요는 있습니다. 업무추진비의 근간인, 세금을 납부한 제주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적인 알권리 문제이니까요.
세금미식회 ②
계속됩니다
맛집, 어디서 찾으시나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 번 먹어봤을 뿐인' 이들의 후기를 보며 갸우뚱하고 계신가요. 혹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때깔만 보고 '하트' 누르시나요. 아니면 골목식당이나 수요일마다 나오는 미식회 같은 TV 프로그램 보고 줄 서시나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가 전국 맛집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되겠습니다. 지역·메뉴·부서별로 업무추진비를 파헤쳐 '공무원이 다시 찾는 맛집'을 쌓아나갑니다.
독자 여러분이 처음 가본 지역에서 맛집을 찾고자 하면 망설임 없이
#세금미식회를 즐길 수 있게 말입니다. 전국 106만 공무원이 십수년동안 거듭 방문해 업무추진비인 세금 수십~수백억원을 쏟아부은 곳이라면 '맛집'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나요.
이렇게 공공의 맛집을 찾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서 심각한 '세금 낭비'의 빈 틈이라도 발견될지.
#세금미식회는 계속됩니다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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