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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미식회] ③
 '맛의 고장' 전주 공무원 입맛,
 비빔밥보단  '소고기' 사랑 
  

  • 입력 2019-03-03 08:55:48
  • 수정 2019-03-18 17:05:24
로컬 맛집 찾는 '까칠한' 새 패러다임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③ '맛과 한옥의 핫플레이스' 전주 편
▽ 6200만원 쓴 전북 브랜드 '참예우'
▽ 이 소고기가 그렇게 맛있나봅니다


전주의 명물인 전주비빔밥.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전주시는 대한민국 대표 '맛의 고장'입니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피순대, 가맥(가게 맥주), 초코파이(풍년제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간식 술 메뉴들이 '전주 출신'이죠. 전북도청 소재지라 전라북도 전체 행정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옛부터 호남의 중심지였던 전주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양반들이 많았고, 평야와 산, 강, 바다가 모두 가까워 다양한 산해진미 식재료가 모여들어 음식 문화가 많이 발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선정됐을 정도로 맛 하면 국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럽습니다.

전주는 요즘은 수도권 젊은 청년과 외국인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로도 유명합니다. 2010년대 들어 전주 대표 관광지인 한옥마을이 국내 대표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휴일, 휴가철만 되면 인파로 북적입니다. 전주 연 방문객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서울~전주 KTX를 타면 1시간 25분이면 도착할만큼 접근성도 좋아졌죠.

2016년엔 세계 여행인의 바이블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에서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 10대 명소' 중 3위에 오르기도 했죠, 일본 위키피디아는 '전주는 예전부터 맛의 수도라 불린다. 전주의 음식은 한국 음식 중에서도 최고의 맛을 자랑하며, 전주 사람들의 미각 수준은 높다'고 설명할 정도죠, 와우 !.!

젊은 여행객 사이에서 '필수 음식'으로 꼽히는 전주 풍년제과 초코파이.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금미식회] 3편은 '맛 그리고 한옥의 고향' 전주로 떠납니다. 전주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어디서 어떤 음식을 가장 많이 먹었을까요. 공무원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이 쓰인 전주 '세금 맛집'들을 소개합니다.

전주는 크게 2구역으로 나눴습니다. 한옥마을 구도심에 있는 전주시청 그리고 2005년 신시가지로 이전한 전북도청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까지 모두 조사했습니다. 자, 맛의 고장 전주의 세금맛집 지금 공개합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은 업무추진비를 의무 공개한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루에 한 번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몰아서 공개하기도 한다.

뉴스래빗은 전라북도청과 전주시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 전수를 수집했다. 전북도청은 서부 신시가지에, 전주시청은 한옥마을 인근 구도심(객사)에 위치한다. 두 곳을 살펴보면 '전주 맛집'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전북도청, 전주시청 홈페이지에서 지출 내역 4만5501건을 수집했다. 전북도청 각 부서와 전주시의회, 전주시장, 덕진·완산구청장의 지출 내역을 포함한다. 조사 기간은 상이하다. 전북도청은 2007년부터, 전주시청은 2014년부터 업무추진비를 공개했기 때문. 짧게는 5년, 길게는 12년치에 이르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총집합'했다.

전북도청과 전주시청이 지출 장소를 명시한 곳 중 음식점만 추렸다. 해당 음식점에 쓰인 업무추진비 전액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예 장소가 써있지 않거나, '음식점' 등으로 뭉뚱그려 표기한 내역이 많기 때문. 다만 파악 가능한 집행 횟수나 액수는 분명한 '맛집의 증표'인 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
한옥마을 주변 '구시가지'
▽세금미식회 1, 2, 3위 여기


구시가지부터 볼까요. 전주시청이 있는 구시가지는 경기전, 객사길 등 전주의 역사가 살아있는 곳입니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국내여행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라 관광객으로 가장 북적이는 곳입니다.


전주시청·전주시의회 '1등 맛집'은 '백송회관', 역시나 비빔밥집입니다. 전주시 공무원들은 '백송회관'에서 업무추진비 672만2000원을 썼습니다. 백송회관은 시청 인근에 있는 전주비빔밥 전문점입니다. 인기메뉴는 단연 전주비빔밥(9000원, 특 1만3000원), 육회비빔밥(1만원), 갈비탕(1만1000원) 그리고 한우생등심(1인분 150g, 2만4000원) 등이 유명하군요. 테이블이 넓고, 방이 많고, 한우도 함께 파니 지역 회식 장소로 좋아 보입니다.

전주의 명물인 전주비빔밥.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위는 소고기구이집으로 오랜 명맥을 유지한 '은혜가든(은혜회관)'입니다. 전주시 업무추진비 324만6000원어치 맛집입니다. 안창살, 갈비살, 꽃등심 등 한우구이가 맛있다는군요. 전주역에서 가깝습니다. 전주시청보단 덕진구청과 더 가깝습니다. 역시나 회식 장소로도 적합해 보입니다. 앞선 세금미식회 제주편, 부산 1·2편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3위는 의외로 일식집 '옥천'입니다. 총 업무추진비 269만5000원을 썼군요. 전주역 인근 홈플러스 사거리에 있는 일식집입니다. 은혜가든과 멀지 않은 곳에 있죠. 옥천은 1~2위와 가격대가 좀 다릅니다. 코스요리인 '옥천사시미'가 5만~6만원대, '참치사시미'는 8만~10만원대로 가격대가 높습니다. 다만 정식류는 2만~4만원, 모듬초밥은 3만원이니 '김영란법' 접대비 1인당 한도 3만원 내에서 손님 모시기에 좋겠네요.

전북도청 '소고기 사랑'
▽세금미식회 1, 2, 3위는 여기


전주 신시가지는 현재까지도 활발히 개발 중인 행정 중심지입니다. 2005년 전북도청이 구시가지에서 옮겨오면서 성장한 번화가죠. 관광객의 발걸음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전주 구시가지가 크지 않은 만큼 대안으로 찾아가볼 만한 지역입니다. 전북도청, 전북지방경찰청, KBS전주총국 등 주요 시설이 모여있으니 출장 가신 분들에게도 유용한 정보입니다.


신시가지 세금맛집 1위는 역시나 소고깃집 '참예우'입니다. 전라북도 한우 브랜드인 '참예우'를 취급하는 곳이죠. 업무추진비 사용액이 대단합니다. 전북도청 업무추진비로만 3501만6000원이 쓰였네요. 등심·채끝·부채살 등이 부위별로 1인분(200g)당 약 3만원입니다. 여러 부위를 묶은 세트는 500g에 6만~9만원선입니다. '전북산 소고기' 드시려면, 기왕이면 세금 3500만원 사용으로 맛이 증명된 '참예우'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북도청 업무추진비 지출액 1, 2위를 모두 소고기 식당이 차지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위 역시 소고깃집 '장수농장'입니다. 전주도청에서 멀지 않은 소고기 구이집이죠. 전북도청 각 부서가 업무추진비 2701만6000원을 이 곳에서 한우를 먹는데 썼습니다. 참예우와 다르게 안창·토시살, 육회 등이 주 메뉴입니다.

3위는 2010년대 들어 폐업한 듯한 '미다원'(2644만2000원), 4위는 도청 부근 '다다미'로 2404만6000원으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다미'는 굴비정식, 민어탕, 복탕 등 생선요리를 파는 식당입니다.
전주도청 공무원들이 신시가지 세금맛집 1위 참예우(3501만6000원), 2위 장수농장(2701만6000원) 두 곳에서만 먹은 소고기 값이 약 6200만원에 달하는군요. 10년동안 쓴 소고깃값이라고 하면 크지 않은 돈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예우'가 얼마나 맛있기에, 전북도청 공무원분들 이 소고기 이렇게 자주 드시나요. 신시가지라 그런지 1~4위에 전주비빔밥, 콩나물국밥 등 전주 대표메뉴 맛집이 상위권에 없는 것도 특징이군요. 비빔밥보다 소고기를 더 사랑하는 전북도청 공무원들이십니다.
전북도청 vs 전주시청 '20배' 차이
시군구 더 열악한 업추비 공개 실상


뉴스래빗 전주편 세금미식회 선정 맛집 어떠신가요. 혹시 전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세금맛집'의 차이를 발견하셨나요.

전북도청 세금 맛집은 업무추진비 규모가 수천만원인 반면 전주시청은 수백만원대로 적죠. 왜 일까요. 전주시청이 업무추진비 내역을 시민들에게 성실히 공개하지 않는 탓입니다.


뉴스래빗 분석 결과 전북도청과 전주시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건수는 20배 이상 차이났습니다. 전북도청이 2007년부터 총 4만3380건을 공개한 반면 전주시청은 2014년부터 2121건밖에 공개돼있지 않죠. 광역자치단체(도)와 그 산하 기초자치단체(시)의 규모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폭이 큽니다.

전주시청 홈페이지 업무추진비 게시판엔 역대 전주시장 업무추진비 내역이 전부입니다. 산하 덕진·완산구청 홈페이지에도 마찬가지로 구청장 업무추진비 내역 뿐입니다.

심지어 산하 동주민센터 관련 정보 공개 게시판은 모두 텅텅 비어 있습니다. 별도 시스템에 세출 현황을 공개하지만 회계구분, 통계목 등 전문용어를 알아야 할 뿐더러 날짜, 금액 외 상세 내용도 없습니다. 반면 전북도청은 홈페이지에 도지사, 부지사, 실·국장, 과장급 등 모든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파일 형태로 올려놓았죠.

전주시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광역자치단체(광역시·도)에 비해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의 정보공개가 열악한 현실입니다. 모든 국민은 기초단체의 시민이고, 속한 기초단체에 세금도 내지만 정작 우리 동네 시군구청 씀씀이가 어떤지 알기 어렵습니다.

'원' 단위를 '천원'으로?
'복붙'한 알권리 걸림돌들


비교적 상황이 나은 전북도청조차도 업무추진비 내역에 문제는 있었습니다. '원' 단위로 지출 내역을 적어 놓고 정작 '천원 단위'로 안내하고 있었죠.

전북도청 농촌진흥과 2018년 12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표기대로라면 농촌활력과장은 한 달간 간담회에만 3억7170만원을 쓴 게 된다.

전북도청 농촌활력과는 매월 공개하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상단에 '단위: 천원'이라고 표시해왔습니다. 안내대로라면 2018년 12월 한 달간 농촌활력과장은 간담회에만 3억7170만원을 쓴 게 됩니다.

뉴스래빗 취재 결과 농촌활력과가 단위를 오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공기관의 영혼 없는 '복붙(복사·붙여넣기의 줄임말)'이 시민의 알권리에 걸림돌이 된 사례입니다.

이런 '복붙'은 2016년 1월부터 무려 3년간 계속
됐습니다. 2017년 7월경 담당자가 한 번 바뀌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았죠. 농촌활력과는 뉴스래빗이 취재를 시작하자 "잘못 표기했다"며 "다음주 중으로 수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지난 제주편, 부산 1·2편을 진행하면서도 종종 있었죠. [세금미식회]를 계속하며 뉴스래빗이 가장 애먹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양식부터 제각각인데다 날짜, 금액 등 오타도 수두룩합니다. 알권리는 '디테일(detail)'에서 나옴을 새삼 실감하게 합니다.

'맛의 고장' 공무원님들
'맛집 정보' 함께 나눠요

전주 한옥마을 초입에 위치한 전동성당.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무추진비로 간담회 등 식사 자리를 갖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법이나 규정에 민감한 공공기관 특성 상 정해진 명목, 정해진 금액을 칼같이 지켜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사명감은 필요해 보입니다. 업무추진비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정확히 의무 공개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겐 규정에 따라 하는 업무겠지만, 그 업무는 국가 살림을 위해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국민과 시민의 당연한 알권리를 위해 규정된 '공공 서비스'니까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7조 '예산 집행의 내용 등 행정감시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라고 명시합니다. 업무추진비가 이에 해당합니다. 실제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사전정보공표' 대상에 업무추진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세금미식회 맛집, 어디서 찾으시나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 번 먹어봤을 뿐인' 이들의 후기를 보며 갸우뚱하고 계신가요. 혹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때깔만 보고 '하트' 누르시나요. 아니면 골목식당이나 수요일마다 나오는 미식회 같은 TV 프로그램 보고 줄 서시나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가 전국 맛집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되겠습니다. 지역·메뉴·부서별로 업무추진비를 파헤쳐 '공무원이 다시 찾는 맛집'을 쌓아나갑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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