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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미식회] 춘천 공무원들
16년째 닭갈비·막국수 잘 안 먹는다 

  • 입력 2019-04-21 09:01:02
  • 수정 2019-04-23 16:38:48
로컬 맛집 찾는 '까칠한' 새 패러다임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⑥ '닭갈비·막국수 성지' 춘천 편
▽ 강원도청·도의회-춘천시청·시의회 16년치
▽ 강원도청·춘천시청· '세금 맛집' 1~3위
▽ 3만건, 73억 세금사용 장소 기재 단 1%
▽ 지출 금액 빼먹고, 날짜는 '###' 처리
▽ 춘천 '세금맛집' 99%는 알 수 없었다


강원도 춘천의 대표음식이자, 대한민국 전 국민이 즐기는 음식인 볶음식 '닭갈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집자 주] 뉴스래빗이 맛집을 찾는 '까칠한'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전국 단위로 말입니다. 여행지 맛집 찾을 때 가장 궁금한 게 '로컬(local·지역민) 맛집'이죠. 그 '로컬 맛집'을 어떻게 아냐구요?

비밀은 바로 '세금'에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결정적 힌트를 드립니다. 맛있는 집이라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게 되어 있는 법이죠. '재방문'은 만족도를 증명하는 가장 분명한 행위입니다. 재방문을 많이 했다면 '단골'이 되고, 그만큼 그 집에 쓴 돈도 많아지겠죠.

뉴스래빗은 '로컬'들이 '재방문'하는, 맛집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목록을 확보했습니다. 그것도 정부 공식 공개 데이터에서 추출한 믿을 만한 '진짜배기' 정보입니다.

이른바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국 106만6288명(2018년 9월 30일 기준) 공무원들. 이들 100만 공무원이 업무추진비, 즉 국민의 세금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굴한 '공공의 맛' 지도를 여러분께도 공유드립니다.


벚꽃이 피고 또 지니 이젠 완연한 봄입니다. 따스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 바야흐로 주말 봄 여행의 성수기입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떠날 수도권 근교 나들이 장소를 찾고 계신가요. 제주부터 부산, 전주, 경주, 여수 등 전국 관광 메카를 순회해온 [세금미식회]에서 최초로 수도권 근교 맛집 탐방에 나섭니다.

'미식 천국'
제주
'겨울여행 성지'
부산 ①
'겨울여행 성지'
부산 ②
'맛의 고장'
전주
'봄여행 성지'
경주
'밤바다 로망'
여수·순천
'닭갈비 성지'
춘천


[세금미식회] 7편, 6번째 지역은 강원도 춘천시입니다. 춘천은 강원도 주요 도시 중 하나입니다. 강원도청 소재지이며, 수도권 전철까지 닿아 있습니다. 서울과 가까워 당일치기 나들이객이 항상 넘쳐납니다. 김현철의 노래 '춘천가는 기차'처럼 언제든 훌쩍 부담없이 떠나고 싶은 곳이죠.

춘천은 서울 등에서 기차로 가는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가수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로도 유명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닭갈비 막국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춘천은 대한민국 '닭갈비의 성지'입니다. 춘천 여행 때 주로 찾는 명동, 닭갈비 골목은 강원도청과 춘천시청과 매우 가깝습니다. 춘천은 소속 강원도청과 춘천시청이 핵심 시가지에 자리잡은 몇 안되는 도시죠. 직선거리는 불과 500m 남짓입니다.

[세금미식회]가 강원도청, 춘천시청 공무원들이 자주 찾은 '업무추진비 맛집'을 살펴보기로 한 이유입니다. 사상 최악의 강원도 산불 사태까지 겪은 터라 강원도청이 자리잡은 춘천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세금' 사용내역은 더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완연한 봄 주말, 부담 없이 나들이 와서 식사를 해결하려는데 닭갈비 골목에 줄이 너무 길다면, 다른 대안으로 찾아갈 수 있는 춘천 '세금 맛집'을 알려드릴 수 있다면 '일석이조' 겠지요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은 업무추진비를 의무 공개한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루에 한 번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몰아서 공개하기도 한다.

뉴스래빗은 춘천시청, 강원도청, 춘천시의회, 강원도의회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했다. 총 2406개 문서에서 지출 내역 3만1122건을 수집했다. 업무추진비 공개가 지자체의 자율인 만큼 전수인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공개된 내역만으로도 분량은 충분히 방대하다. 최고 2004년부터 2019년 4월까지 약 16년치 업무추진비 내역에서 사용처를 뽑았다.

네 기관이 지출 장소를 명시한 곳 중 음식점만 추렸다. 해당 음식점에 쓰인 업무추진비 전액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출 장소가 써있지 않은 내역이 많기 때문. 다만 파악 가능한 집행 횟수나 액수는 분명한 '맛집의 증표'인 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


강원도청·춘천시청
'세금 맛집' 1, 2, 3위 여기

춘천 하면 '닭갈비' 그리고 '막국수'가 생각나실텐데요. 뉴스래빗이 강원도청, 춘천시청, 강원도의회, 춘천시의회 등 도지사 시장 도의원 공무원 등 춘천 공무원들의 16년 치 업무추진비 내역을 모아보니 춘천 공무원들은 닭갈비집·막국수집에 잘 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원도 춘천의 대표음식이자, 대한민국 전 국민이 즐기는 음식인 숯불구이식 '닭갈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춘천 소재 기관 4곳 업무추진비 지출 금액 상위 식당 중 현존하는 곳들만 모아 '톱20'을 꼽아볼까요. 당일치기 여행에서 실패하지 않을 만한 준수한 식당들입니다.


강원도청, 춘천시청, 강원도의회, 춘천시의회를 통틀어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이 쓰인 곳은 '파도횟집'입니다. 총 180만5000원이 쓰였습니다. 강원도청과 춘천시청 사이에 위치해 두 곳 모두와 가까운 횟집입니다. 광어, 우럭 등 각종 회와 물회, 우럭미역국이 주 메뉴입니다. 광어, 우럭 등 회 종류는 크기에 따라 5만~9만원선으로 싸지 않지만 생선구이+미역국 세트가 1만5000원선이라니 간담회 후 식사 자리로 딱이죠.

업무추진비 2위는 168만1000원이 쓰인 '조선갈빗집'입니다. [세금미식회]에서 가장 흔한 메뉴입니다. 등심, 생갈비, 양념갈비 등을 먹을 수 있죠. 단독 건물에 규모가 크고 단체석이 넉넉해 회식하기 좋은 곳입니다. 역시 공무원 '단골 맛집' 답네요. 위치는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 인근입니다. 춘천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북한강 인근으로 나가야 합니다.

3위 맛집은 '회영루'입니다. 춘천시청에 아주 가까이 위치한 중화요리집입니다. 1974년부터 46년째 영업 중인 유서 깊은 식당입니다. 중화냉면 맛집으로 TV에 출연도 했다네요. 텔레비전에 출연한 덕인지 포털 사이트에도 최근까지 후기가 줄을 잇습니다. 물론 짜장면, 짬뽕, 볶음밥 등 일반적인 중국 음식도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5000~7000원선으로 저렴합니다.

'업무추진비 맛집'으로 시내 음식점을 20곳이나 뽑았지만 춘천 하면 떠오르는 메뉴는 드뭅니다. 바로 닭갈비와 막국수입니다.

춘천 시내엔 '닭갈비 골목'이 형성될 만큼 닭갈비 식당이 많습니다. '톱20'을 살펴보니 그 수많은 닭갈비집 중 '공무원 픽(pick)'은 단 한 곳, 업무추진비 120만원을 쓴 '명동1번지닭갈비'입니다. 역시나 TV에도 나온 맛집으로, 춘천 공무원들이 사랑한 유일한 닭갈비집입니다. '톱20'을 넘어 업무추진비를 1원이라도 쓴 식당 100여곳을 전부 살펴봐도 이 집이 유일합니다. 18년치 업무추진비 내역을 통틀어도 나오지 않을 정도이니, 춘천 소재 공무원들은 '닭갈비' 먹으러는 잘 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톱20' 내 단 하나의 막국수집은 바로 '우물막국수'입니다. 춘천 시내 끄트머리, 석사동 춘천교대 인근에 있는 막국수 집입니다. 대표 메뉴인 막국수가 6000원으로 저렴합니다. 감자전(6000원), 치즈감자전(8000원) 등 사이드 메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대죠. 도청, 시청에서 차로 20여분쯤 떨어진 곳인데도 순위에 오른 걸 보니 '공무원 인증' 춘천막국수라 부를 만 하겠네요.
3만건, 73억 '세금' 중 장소 기재 단 1%
춘천 '세금맛집' 99% 알 수 없었다


뉴스래빗은 2019년 1월 제주도를 시작으로 총 6번의 '세금미식회'를 열었습니다. 제주, 부산, 전주, 경주, 여수 등 매회 지자체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강원도청, 춘천시청, 강원도의회, 춘천시의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16년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3만1122건 중 세금 사용처 장소가 적힌 건은 불과 462건, 1.4%에 불과합니다.

도지사, 시장, 도의원을 포함한 춘천 소재 공무원들이 지난 16년 간 쓴 업무추진비 총액은 73억4409만9957원입니다. 이 가운데 어디서 업무추진비를 썼는지 장소를 기재한 내역은 1억4046만5890원에 불과합니다.

뉴스래빗이 춘천 세금 맛집 '톱20'로 뽑은 식당 1~3위 지출규모가 겨우 100만원 내외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100만원이라고 하면 사실 큰 금액이 아니죠.

일교차가 큰 날 춘천 소양강 일대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래빗이 확보한 4개 기관 전체 업무추진비 내역 중 '톱20' 선정에 활용된 부분은 전체의 1% 남짓입니다. 사용처가 적히지 않은 99%에 얼마나 많은 '세금 맛집'이 숨겨져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출 금액 없고, 날짜는 '###'…
정보공개 '수준 미달', 검증 안하나


강원도청, 춘천시청, 춘천시의회, 강원도의회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사용처 장소 미기재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많습니다.

춘천시의회 2018년 3분기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지출 금액이 누락돼있다. 자료=춘천시의회

사용처보다 더 기본적인 정보의 상태가 나쁩니다. 사용처까지 상세히 적어놓은 내역에 정작 금액이나 일시가 적혀있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춘천시의회 2018년 3분기 업무추진비 내역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춘천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3개월간 막국수, 갈비, 냉면집 등에서 22건을 지출했지만 금액이 적혀있지 않아 '세금 맛집'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처는 적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용 금액을 누락하는 건 심각한 투명성 문제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MS 엑셀로 열람한 2013년 8월 강원 정선소방서 업무추진비 내역. 옆 시트(sheet)에 미처 지우지 않은 이웃 평창소방서 자료가 있다. 필터(filter)를 해제하면 평창소방서 한달 급여총액(101-01 보수)까지 볼 수 있다. 자료=강원도청

정교하지 못한 문서 작업으로 내역을 '과잉 공개'한 경우도 있습니다. 2013년 8월 강원 정선소방서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볼까요. 겉보기엔 정상적으로 작성한 문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엑셀' 등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 도구로 열어보면 미처 지우지 않은 시트 탭이 보입니다. 들어가보니 뜬금없게도 이웃 평창소방서의 넉 달 전 업무추진비 내역이 등장합니다. '업무추진비'만 보이도록 걸려있는 필터(filter)를 풀어보니 평창소방서 전체 살림 내역이 낱낱이 드러납니다. 심지어 2013년 4월 평창소방서 직원에게 급여가 얼마나 지급됐는지까지 써있습니다.

2018년 9월 강원 양양소방서장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 '지출액' 란에 '인원/수량'을 기입해 가장 중요한 정보(금액)를 누락했다. 자료=강원도청

2012년 4월 강원도지사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MS 엑셀에서 글자 수가 넘칠 때 표시되는 '######'를 그대로 '복붙'하느라 치명적인 정보(사용일자)가 누락됐다. 자료=강원도청

사례는 찾고자 하면 넘쳐납니다. 표에 항목이 뒤죽박죽 적혀있거나(위, 양양소방서), 날짜가 '######'로 마스킹 돼있기도 합니다(아래, 강원도지사). 양양소방서장이 문서 작업을 세심히 하지 않아 누락한 금액, 강원도지사가 엑셀에서 결과를 '복붙'하느라 가려버린 날짜는 모두 세금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항목입니다.

금액 날짜 등 정작 세금 사용의 중요한 항목은 대충 적으면서, 소방공무원 급여 항목은 지나치게 노출하는 강원도 춘천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공개 실태. 검증할 방법은 따로 없을까요. 당사자인 강원도민과 춘천시민은 이 같은 공무원들의 피같은 '세금' 업무 처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춘천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소양강 처녀'.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노래로도 유명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무추진비는 시민이 요구하지 않아도 지자체가 사전에 공개해야 하는 '사전공개' 대상 정보입니다. 각 지자체는 규칙에 있기 때문에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공개하고는 있습니다. 잘 공개되고 있진 않은 듯합니다. 뉴스래빗이 지난 [세금미식회] 여수·순천 편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지자체는 업무추진비 공개 조례를 '셀프'로 정합니다. 질이 낮거나 수준에 미달하는 정보를 감시할 방법이 없단 뜻입니다.

'세금 맛집' 선정 과정에서 찾은 증거들은 진정성이 결여된 '영혼 없는' 정보공개가 얼마나 크고 중대한 일로 번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뉴스래빗이 [세금미식회]를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맛집'은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가질 만한 가장 쉽고 유익한 방법입니다 !.!

# 세금미식회 맛집, 어디서 찾으시나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 번 먹어봤을 뿐인' 이들의 후기를 보며 갸우뚱하고 계신가요. 혹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때깔만 보고 '하트' 누르시나요. 아니면 골목식당이나 수요일마다 나오는 미식회 같은 TV 프로그램 보고 줄 서시나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가 전국 맛집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되겠습니다. 지역·메뉴·부서별로 업무추진비를 파헤쳐 '공무원이 다시 찾는 맛집'을 쌓아나갑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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