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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안 부풀리기 비결 '자기 복제'
…국회 '개미와 베짱이' 톱10

  • 입력 2019-06-27 09:33:14
  • 수정 2019-07-02 09:10:51
뉴스래빗 #팩트체크 : 국회데이터랩 시즌2
③ 국회 '개미와 베짱이' 의안 전수 분석

▽ 법안 2만개 만들어봤자 70% 계류
▽ '개미' 황주홍, 무려 642건 발의
▽ 발의 부풀리기 '자기 복제' 심각
▽ '베짱이' 김무성 3년 간 발의 0건
▽ 한 건도 통과 못 시킨 의원 8명


▽ [국회데이터랩 시즌2] 20대 국회 3년 본회의 출결 전수 분석 1, 2편에서 이어집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장 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국회의 헌법적 권능은 '입법'입니다. 국회는 '국민대표자회의'의 줄임말.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의 일꾼인 국회의원이 해야하는 일은 첫째도 입법, 둘째도 입법입니다. 뉴스래빗이 20대 [국회데이터랩 시즌2] 1, 2편에서 다룬 본회의 출석률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이라면 모름지기 법을 열심히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20대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해 정말 법을 잘 만들고 있을까요. 국민의 원성은 이미 높습니다. 2019년 4월 5일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고 84일째 국회가 긴 잠에 빠졌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26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다음달 초에라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확정된다면 집행에 총력을 기울여 3분기 내에 추경 예산의 70% 이상을 집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한 수많은 의안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묻혀있습니다. 국회의원의 본분 '법안 발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의원들이 제 구실을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모두를 비난하기엔 이릅니다. 4년 임기 동안 수 백개의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이 있는 반면 한 건도 발의하지 않는 의원도 있기 때문입니다.

84일째 국회가 멈춰도 국회의원은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습니다. 1인당 연봉은 1억3796만1920원(월 평균 1149만6820원 ·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달하죠. 2018년 12월 2019년도 예산안 처리 때 국회의원 세비를 공무원 공통보수 증가율 1.8%를 적용해 인상했습니다.

2019년 월급은 더 올랐죠. 여기에 최대 9명 직원을 '입법보좌관', '입법보조원'이라는 명목으로 채용할 수 잇습니다. 여기에 차량유지비, 기름값, 활동비 등등 명목으로 국회의원 1명이 1년에 쓰는 세비는 6억~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0대 국회의원이 현재 298명(정원 300명)이니 한해 2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이죠.

발의 열심히하는 '개미', 그리고 법 안만드는 '베짱이', 20대 국회 '개미와 베짱이'를 살펴봅니다.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얼마나 만들어졌고 누가 많이 발의했는지 공개합니다. 그리고 수 백건의 법안을 발의한 '개미' 의원들, 그들에게도 비밀은 있었습니다. '자기 복제'로 양산된 법안은 얼마나 되는지 속속들이 보여드립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20대 국회 2016년 5월 30일부터 2019년 6월 18일까지 1115일 동안 298명의 현역 의원이 발의한 의안을 대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출처는 '국립' 데이터 소스라고 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포털의 국회의원 & 의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입니다.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데이터소스인 만큼 공신력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안 자기 복제 검증에는 TF-IDF 알고리즘을 사용했습니다. 법안에서 키워드를 추출하고 키워드가 동일한 법안끼리 묶었습니다.

2만1199개 법안 만들어봤자
70% 계류, 겨우 3분의1 처리

뉴스래빗 분석 기간인 2016년 5월 30일부터 2019년 6월 18일까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안은 모두 2만1199개입니다.

그중 현역 의원 298명이 발의한 의안은 1만7855개, 84.2%입니다. 나머지 3344개는 정부, 상임위원회 위원장, 사퇴한 의원,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관료, 국회 의장이 제출한 의안입니다.

국회에 제출된 다양한 법안들이 선반에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체 2만1199개 중 계류 의안은 1만4760개, 처리 의안은 6439개입니다. 70%가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 전체 1만7822개 중 폐기된 1만190개, 57.2%보다 12.8%p 큰 숫자입니다. 아직 20대 국회가 10개월 넘게 남았지만 여야 갈등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처리율이 개선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처리된 의안도 모두 법에 반영되는 건 아닙니다. 처리된 의안 중 '통과'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원안가결', '수정가결', '대안반영폐기' 세 가지입니다. '원안가결'과 '수정가결'은 말 그대로 원안 그대로, 혹은 조금 수정하여 가결된 경우입니다. '대안반영폐기'는 내용은 반영하되 폐기된 의안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또한 대안반영폐기가 "실질적으로는 가결 법률안과 차이가 없음"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6439개 의안 중 이 세 가지 경우로 가결된 의안은 모두 6114개입니다. 전체 2만1199개 중 29%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국회에 상정된 의안 중 처리되는 의안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셈입니다.

'개미' 황주홍 발의 무려 642개
박광온 이찬열 김도읍 박정 순

현역 의원 중 가장 많은 의안을 발의한 개미 의원은 황주홍 민주평화당(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 의원입니다. 총 642개 의안을 발의하여 153개가 처리됐습니다. 처리된 153개 중 가결된 의안은 139개입니다. 전체 642개 발의안 중 139개 가결되어 21.7%의 가결률을 기록했습니다.

20대 국회 대표 법안 발의 횟수 1위를 차지한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2위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시정) 의원입니다. 전체 373개 의안 중 가결 의안 93개로 24.9% 가결률입니다. 3위부터 이찬열 바른미래당(경기 수원시갑, 3선), 김도읍 자유한국당(부산 북구강서구을, 2선), 박정 더불어민주당(경기 파주시을, 1선), 이명수 자유한국당(충남 아산시갑, 3선), 송옥주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1선), 김종회 민주평화당(전북 김제시부안군, 1선), 김삼화 바른미래당(비례대표, 1선), 김승희 자유한국당(비례대표, 1선) 의원입니다.


'베짱이' 김무성 3년 발의 '0'
최경환 진영 서청원 여상규 순

반면 의안을 단 한건도 발의하지 않은 '베짱이' 의원도 있습니다. 20대 국회 1124일 동안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유일한 의원은 김무성 자유한국당(부산 중구영도구) 의원입니다. 본회의 출석률 또한 71.9%로 저조합니다.

20대 국회 1124일 동안 의안을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최경환 자유한국당(경북 경산시, 4선), 진영 더불어민주당(서울 용산구, 4선), 서청원 무소속(경기 화성시갑, 8선), 여상규 자유한국당(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 3선), 홍문종 무소속(경기 의정부시을, 4선), 정양석 자유한국당(서울 강북구갑, 2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세종특별자치시, 7선), 홍일표 자유한국당(인천 미추홀구갑, 3선), 조원진 대한애국당(대구 달서구병, 3선) 의원이 그 뒤를 따릅니다.

'발의' 많아도 자기복제 심각
황주홍 642개 중 250 '셀프 복붙'

법안 발의 성적은 국회의원의 알짜 홍보 거리입니다. 실제로 황주홍, 박광온 의원은 법안을 많이 발의하고 우수한 의정활동으로 언론에 자주 노출됐습니다.

그러나 뉴스래빗이 [국회데이터랩 시즌2]에서 발의 숫자만 따지만 정량 분석이 아닌 내용을 따지는 정성 분석을 한 결과 실상은 달랐습니다.

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642개의 법안 중 최대 250개 의안이 중복 법안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법안의 공통 키워드는 '천장', '여성', '현상', '유리', '차별'입니다. 250개 법안 중 218개를 차지했습니다. 이 법안들은 여성이 차별 없이 정당하게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각 기관에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입니다. 똑같은 내용의 법안을 기관별로 나누어 218개 법안이 따로 발의됐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법안을 발의한 박광온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의원이 발의한 373개 법안 중 78개를 차지합니다. 대표적인 법안 내 중복 키워드는 '국민', '문장', '언어', '용어', '일본식'입니다. 법안에 사용된 일본식으로 표기 용어를 알기 쉬운 표현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입니다. 예컨대 일본식 한자어 '당해'를 알기 쉬운 표현인 '해당'으로 바꾸자는 법안입니다.

이찬열 의원 또한 법 조항 표기를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11개 중복 발의했습니다.

발의 숫자만 늘리는 이른바 '복붙 법안'(기존 법안을 복사 붙여넣기하듯 일부만 수정해 재발의, 양적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 양산 지적은 늘 있어왔습니다. 핵심은 국회의원의 본업인 법안 발의에 대한 정확한 평가 지표가 없다는 점입니다. 국회나 정당, 개별 의원실이 법안 발의나 가결 처리 현황을 주기적 공식적으로 전체 공표하지 않습니다. 법안 발의 총량, 가결 총수 등 덩어리 집계숫자만 흔히 국회데이터로 분석됩니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법안, 혹은 대안 폐기된 법안 내용 일부를 재탕 삼탕 활용해 여러 수십 수백 기관별로 따로 발의해도 발의 총량으로 집계됩니다. 정량 실적은 있어도, 내용을 정성 분석하는 평가 문화가 아직 국회에 미약하기 때문입니다. 국회 입법정책개발지원위원회가 정량평가를 없애고, 정성평가로 국회의원 평가를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주먹구구' 법 제정 절차
발의보다 가결이 중요하다

상위권을 차지한 '개미' 의원들의 중복 법안을 제외하더라도 의정 활동 성적이 우수한 사실은 변함 없습니다. 법안의 취지도 흠잡을 데 없죠. 하지만 같은 내용의 법안을 다른 대상에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하는 법 제정 절차는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비상식·비효율적이고 의도치않게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성적을 부풀리게 만드는데 악용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입법 '자기 복제' 맹점을 걸러지는 과정이 있습니다. 단순히 의안 발의 숫자가 아닌 가결률을 보면 됩니다. 가결까지 법안 심의 과정을 거치는 만큼 '복제 필터링' 효과를 거치는 셈입니다.


5할 가결 '타율왕' 조정식 의원
오제세 위성곤 김상훈 주승용 순

법안 발의 수 대비 가결률이 가장 높은 의원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경기 시흥시을, 4선) 의원입니다. 모두 66개 법안을 발의해 37개가 가결되어 56.1%의 가결률을 기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역 의원 298명의 평균 의안 발의 횟수는 59.9회입니다. 타율 순위는 평균 의안 발의 횟수 59.9회보다 의안을 많이 발의한 의원 115명을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시서원구, 4선),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1선), 김상훈 자유한국당(대구 서구, 2선), 주승용 바른미래당(전남 여수시을, 4선), 민홍철 더불어민주당(경남 김해시갑, 2선), 정춘숙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1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을, 1선), 김현아 자유한국당(비례대표, 1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서울 송파구병, 2선) 의원이 조정식 의원의 뒤를 잇습니다.

한 건도 통과 못 시킨 의원 8명
김무성 진영 최경환 홍문종 추미애 순

20대 국회에서 단 한 건의 의안도 가결시키지 못한 의원 8명입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발의를 아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결된 의안도 없습니다.

8명 모두 가결률은 0%입니다. 1위부터 8위까지 순위는 의안 발의가 낮은 순서대로 매겼습니다. 1위 김무성 의원을 비롯하여 2위부터 진영 더불어민주당(서울 용산구, 4선), 최경환 자유한국당(경북 경산시, 4선), 홍문종 무소속(경기 의정부시을, 4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서울 광진구을, 5선), 정세균 더불어민주당(서울 종로구, 6선), 김종훈 민중당(울산 동구, 1선), 유기준 자유한국당(부산 서구동구, 4선) 의원입니다.

다만 정세균 의원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2016년 5월 30~2018년 5월 29일까지 2년 간 20대 상반기 국회의장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장은 발의 법안을 접수받고, 입법 처리를 관할하는 자리입니다.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국회법으로 보장합니다. 당적에 기반한 법안 발의를 잘 하지 않는 관례가 있어 발의 수 자체가 적습니다.

8명의 의원 중 김종훈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4선 이상 중진 의원입니다. 당선횟수가 높아지면서 초심을 잃고 법안 발의에 소홀한걸까요?


국회데이터랩 4편 예고 :) 2019년 6월 29일 국회데이터랩 시즌2 4편에서 20대 국회 당선횟수별 법안 발의 분석 내용을 공개합니다. 이 외에도 정당·지역별 법안 발의와 대안반영폐기된 법안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일하는 국회를 원하는 독자분들 많은 기대 바랍니다 !.!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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