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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우정파업' 원인은 인력 아닌 구조…
우편물 10년째 감소, '등기'만 2배 ↑

  • 입력 2019-07-02 09:08:47
  • 수정 2019-07-02 09:12:34
우정사업본부, 135년만 첫 파업 눈앞

뉴스래빗 #팩트체크
우본 "물량 줄고, 인력 늘렸다"는데…
과로사 뿔난 집배원 왜 파업 나설까


집배원이 수북히 쌓인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정사업본부에서 135년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이 일어날 전망입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은 2019년 6월 25일 잇따른 집배원 과로사로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2019년 7월 1일 마지막 쟁의 조정에서도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연장한 조정기간(5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파업(6일)이 가시화합니다.

우정노조가 지난 25일 92.87%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논쟁은 인력 문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인력을 늘려달라"는 우정노조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증원해왔다"는 우정사업본부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죠.


우체국 수는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5년간 우편 물량은 지속 감소세에 있다"고 합니다. 인력은 되려 늘었습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업무가 과중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상황은 왜 파업에까지 이른 걸까요.

뉴스래빗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니 '일의 종류 변화'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우정사업본부 말대로 우편 물량이 줄긴 했지만 '특수통상(등기우편)', '등기소포' 양은 10년 전과 비슷하거나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편지함에 놓고 오면 되는 일반통상(일반우편)과 달리 등기류는 수취인 손에 직접 쥐어주고 확인받아야 해 업무 강도가 높습니다. 우편 물량이 전체적으로 감소세라고 해서 업무 강도가 그만큼 낮아졌다고 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결국 변한 시대에 맞지 않게 물량·인력 규모가 유지되고 있는 우정 조직의 문제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등기우편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만큼 '인력 증원'은 임시 방편에 불과합니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뉴스래빗이 우정사업본부 통계 자료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자세히 알아보시죠.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홈페이지에 다양한 통계 자료를 공개한다. 연차보고서(통계연보)부터 국가승인통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우편물류 접수 및 배달량'의 경우 2018년부터 시도별로 상세히 매월 공개할 만큼 구체적이다.

뉴스래빗은 우정사업본부의 인력과 장비, 업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통계 자료를 취합했다. 그 중 가장 기본이자 핵심인 우편 물량과 우체국 수, 인력 현황을 살펴본다. 짧게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치, 길게는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2년치에 이르는 역사를 담고 있다.
우편물 수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시대 변화 대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우정사업본부의 주 업무는 우편입니다. 우편 물량을 보면 우정사업본부의 업무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죠. 우정사업본부는 2019년 6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편 물량이 점점 줄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최근 5~8년 정도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며 우편 통신이 일상에서 멀어진 게 5~8년밖에 안 된 일은 아니죠.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2년치를 한 눈에 볼까요. 20여년 전인 2002년 국내 우편 물량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약 10여년 후인 2011년까지도 우편 물량엔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미 온라인 통신이 대중화한 이후인데도 말이죠.

그 이후에야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한 게 우정사업본부가 말한 '최근 5년간 감소세'입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수치는, 줄어들긴 했지만 우리 생활 속에서 줄어든 우편의 존재감에 비해서는 크게 낮지 않습니다. 우편이 가장 일반적인 통신 수단 중 하나였던 1998~1999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22년 우편물 수 상세 살펴보니
일반우편 줄고 등기소포 늘어



우편물 수를 종류별로 자세히 살펴볼까요.

우정사업본부가 처리하는 우편물은 크게 '일반통상', '특수통상'과 '보통소포', '등기소포'로 나뉩니다. 일반통상은 흔히 우편함에 꽂히는 일반우편, 특수통상은 수취인에게 서명을 받는 등기우편을 뜻합니다. 소포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소포와 달리 등기소포는 받는 사람이 확인해야 배달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일반·특수통상, 보통소포는 모두 감소세에 있습니다. 우편이 시대에 맞지 않는 통신수단이 된지 꽤 됐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등기소포'에 있었습니다. 등기소포는 배달 시 수령인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소포입니다. 등기소포 물량은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008년 1억2672만건에서 2018년 2억7130만4000건으로 늘었죠. 20년 전(1998년, 2035만5000건)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등기우편을 뜻하는 '특수통상'도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10년 전인 2008년 2억8983만4000건에서 2018년 2억7615만6000건으로 1000만여건 줄었을 뿐입니다. 같은 기간 일반통상 물량이 44억5055만9000건에서 30억4903만3000건으로 68% 수준으로 쪼그라든 데에 비해 등기우편은 10년 전의 95% 규모로 유지되고 있는 셈입니다. 우편함에 놓고 가는 일반우편이 절대량은 여전히 많지만, 우편 기능은 차츰 등기우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대 변화
인력 증원은 임시 방편일 뿐


집배원들은 특수통상(등기우편)과 등기소포가 일반우편에 비해 훨씬 배달 강도가 높다고 말합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뉴스래빗과 통화에서 "일반우편은 보통 공동현관까지만 일괄 배달하면 되지만 등기는 가가호호 방문해야 해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등기는 받는 사람이 꼭 서명해야 하기 때문에 몇 차례 재방문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일반우편과 등기의 업무 강도가 크게 다르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5년간 인력을 꾸준히 조정해왔다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물량이 감소한 반면 인력은 늘렸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만 집배원 9명이 과로사로 숨졌습니다. 우정사업본부가 형편 닿는 선에서 인력을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데이터가 증명합니다.

뉴스래빗이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 상황이 파업 직전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사회 변화에 걸맞지 않게 유지되고 있는 구조에 있었습니다. 데이터에 드러난 우편산업의 현실은 '디지털로의 시대 변화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은 우편 물량', '일반우편에서 등기로의 업무 형태 변화'입니다. '인력 증원'은 임시 방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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