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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코세페, '블프' 못되는 이유
 중고 투성이에 '0% 할인' 기만 

  • 입력 2019-10-30 09:17:08
  • 수정 2019-10-30 16:12:03
뉴스래빗 #팩트체크 : 코리아세일페스타
△ 온라인 1190개 등록상품 전수 분석

▽ 온라인 상품 수부터 적다
▽ 매력적 상품 찾기 어렵다
▽ '할인율 0%' 소비자 기만
▽ '블프' 인기제품 파격할인 수두룩


유명 방송인 강호동씨가 모델로 등장한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공식 홍보 영상. 출처=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

2019년 어김없이 코리아세일페스타(흔히 줄여, 코세페)가 열립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흔히 줄여, 블프)' 육성을 내걸고 2015년부터 시작한 대규모 세일 행사입니다.

2019년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한 달 가까이 세일 행사를 엽니다.

문제는, 벌써 5년째 이어오는 국가적 세일 행사이지만, 소비자와 시장 반응이 냉랭하단 점입니다. 처음으로 민간이 주체가 된 올해는 상황이 유난히 심각해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세일에 참가하는 유통기업의 할인 부담을 코세페 전날부터 높이려고 해 백화점 업계와 갈등이 있었죠. 공정위는 행사 시작 일주일 전인 25일에야 해당 개정안 시행 시점을 2020년 1월로 옮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백화점 업계는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다 올해부터 민간 주체로 시행하게 됐지만, 시작 직전까지 민간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걸 보면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2018년 코리아세일페스타 당시 명동거리에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열립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세일 상품을 대부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상품 수만 1000여개에 달하죠.

뉴스래빗이 해당 홈페이지 내 등록된 상품 전수를 분석해본 결과, 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잘 안되는지, 그 이유들이 보입니다. 이커머스(e-commerce) 전성시대지만 여전히 '온라인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매력도는 낮아 보입니다.

세계적 세일행사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절 부럽지 않은 온라인 세일 행사로 성장하려면 뉴스래빗이 찾아낸 아래와 같은 소비자 기만 행위부터 사라져야 합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오프라인 매장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열린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인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뉴스래빗은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에서 전체 상품 정보를 수집했다. 2019년 10월 30일 기준 1190개 상품이 대상이다. 할인 상품 수는 계속 변하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하는 11월 1일까지 참가 기업들이 상품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에선 한 눈에 보기 어려운 상품 전수 정보를 데이터화해 행사 구석구석 숨어있는 허점들을 찾아본다.
문제 1) 온라인 상품 수 적다

전체 등록 세일상품 1190개

201곳 참여사 중 78곳 상품 불과 1개

2019년 10월 30일 현재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에 등록된 온라인 세일 상품은 총 1190개입니다. 총 201개사가 내놓았죠.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에 명시된 참가 기업 수가 400여곳이니, 그 중 절반 정도가 온라인에 상품을 내놓은 셈입니다.


회사당 상품 수는 많지 않은 편입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약 5.9개 수준입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온라인 세일에 10개 넘는 상품을 내놓은 참가사는 26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75곳은 10개 미만의 소수 상품을 내놓았을 뿐이죠. 심지어 그 중 78곳은 상품을 1개씩만 올려두기도 했습니다.
문제2) 매력적 상품 찾기 어렵다

최다 상품은 '인테리어' 품목

10%는 '리퍼브' 중고 상품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항목 확인

그 중 상품 수가 가장 많은 참가사는 '리앤데코'입니다. 2019년 10월 30일 현재 111개 상품을 올려둔 상태입니다. 전체 1190개 중 9.3%입니다. 10개 중 하나 꼴로 한 회사가 내놓은 셈입니다. 28일만 해도 상품 수가 86개로 2위이다가 29일까지 25개를 추가로 올려 1위로 올라섰습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시작을 앞두고 상품을 계속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품 수 2위는 98개를 등록한 'AJ전시몰'입니다. 1위 리앤데코와 13개 차이, 전체의 8.2%를 차지합니다. 201개 참가사 중 단 2개 회사가 전체 상품 중 20% 상당을 내놓은 것이 됩니다.

AJ전시몰은 리퍼브 상품 전문몰입니다.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상품, 매장에 전시한 상품 또는 각종 중고 상품을 모아 판매합니다. 이 회사가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내놓은 상품은 총 98개. 코리아세일페스타 온라인 세일 상품의 10% 가까이가 '중고'인 셈입니다. 대부분 노트북·스마트폰·에어프라이어 등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품들입니다. 그럼에도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 상품 정보에는 리퍼브 상품임을 제대로 표시하지도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J전시몰이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온라인 세일에 등록한 삼성전자 노트북. 리퍼브 제품임에도 신품 원가를 기준으로 할인율을 과도하게 부풀려 산정했다.

리퍼브 상품의 할인율을 뻥튀기해 표시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AJ전시몰이 등록한 삼성전자 노트북 상품을 예로 들어볼까요. AJ전시몰은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에 이 제품의 할인율을 52%라고 표시했습니다. 132만3000원에서 63만500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는 건데요.

2019년 코리아세일페스타 온라인 세일 품목으로 등록된 삼성전자 노트북의 상품 구매 페이지. 원래 가격이 75만7000원임을 확인할 수 있다. AJ전시몰이 명기한 '52%' 할인율은 자사 홈페이지 신품 가격보다도 높은, 사실과 다른 정가를 기준으로 계산된 거짓 정보이다.

연결된 AJ쇼핑몰 구매 페이지에서 확인하니 정작 중고가는 75만7000원입니다. 신품 가격 기준도 아닙니다. 신품 가격조차 104만3990원으로 달랐습니다. 실제 할인율은 16%, 신품을 기준으로 해도 40%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상품만 해도 사실과 다른 정가를 내세워 할인율을 무려 12%p나 뻥튀기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품 정보가 한둘이 아니란 점입니다.
문제3) 소비자 기만 말아야

세일축제에 '할인율 0%' 상품

658000% 세일? 허점 투성이들

할인 상품 전수를 모아보니 할인율이 0%인 상품도 있습니다. 이 중 3가지는 롯데하이마트에서 등록한 가전제품입니다.

롯데하이마트가 2019년 코리아세일페스타 온라인 세일 행사에 등록한 LG전자 전기레인지. 국가적 '세일 행사'임에도 '노 세일' 상품을 버젓이 올려두었다.

롯데하이마트가 등록한 LG전자 전기레인지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 상품은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에 94만원에 올라와 있습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 상품의 할인율을 0%라고 적어두었죠. 세일 행사에 '노 세일' 상품을 등록한 점이 '구색 맞추기'로 보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롯데하이마트가 2019년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내놓은 온라인 세일 상품의 구매 페이지. 실제 구매 시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 상 판매 가격보다도 10만원 이상 비싸다.

심지어 실제 판매 가격은 더 비쌉니다. 상품 소개 페이지에 연결된 롯데하이마트 구매 링크로 들어가보면 실제 판매가는 119만원입니다. 신용카드 혜택 등을 더해도 107만8000원으로 제시 가격과 10만원 이상 차이납니다. '국가적 세일 행사'에 기대감을 가진 소비자라면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격비교를 꼼꼼히 하지 않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코리아세일페스타 온라인 세일 상품 중 일부. 할인율을 658000%, 1+1%로 기재해 쇼핑객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작지만 세심함이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눈에 띕니다. AJ전시몰은 레노버 일체형PC 상품 설명에 할인율을 658000%로 표기했습니다. 가격을 오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농협홍삼은 한삼인 홍삼녹용진액 세트에 할인율을 1+1%로 표기했죠. 할인은 없으나 한 세트를 추가로 증정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적절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블프' 인기제품 파격 할인 수두룩
코세페 '소비자 중심' 부족

세계적 할인행사로 자리잡은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해볼까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는 매년 11월 넷째 주 금요일 열립니다. 아직 한달여 남은 시점이라 2019년 블랙프라이데이의 파격 상품을 꼽긴 이릅니다.

그래서 지난해 2018년 블랙프라이데이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비교해봅니다. 남의 나라 행사에 국내 소비자의 관심까지 쏠리는 건 단연 파격 '가성비' 때문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 특가는 웬만한 세일보다 싸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싼값에 득템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월마트·아마존·타깃·베스트바이 등 미국 주요 판매점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전단지 맨 앞장에 TV, 스마트폰, 게임기,의류, 장난감 등 최고 인기 상품들을 파격가로 전면에 배치합니다. 다양한 할인 상품군 규모는 엄청납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월마트·타깃·베스트바이는 저마다 30~50페이지에 달하는 할인 상품 전단을 배포합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65인치 커브드 UHD TV(모델명 UN65NU8500)는 블랙프라이데이 특가로 아마존에서 1097.99달러(124만원)에 팔렸습니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최저 249만1700원에서 최고 297만원으로 검색되는 제품입니다. 할인율은 50%에 달합니다.

삼성 UHD TV 82인치 (UN82NU8000) (2018년 블프 당시)


화면이 클수록 할인율은 커집니다. 아마존에서 1597.99달러(약 180만원)에 판매하는 삼성전자 75인치 UHD TV(모델명 UN75NU8000)은 지난해 국내에서 438만8240원(스탠드형)에서 642만7050원(벽걸이형)을 넘었습니다. TV 외의 스마트폰, 에어팟, 애플 워치, 구글 홈 등 소형 스마트기기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띄었습니다.

삼성 갤럭시S9 64GB (자급제) (2018년 블프 당시)
애플워치 시리즈 3 (GPS) (2018년 블프 당시)
닌텐도 스위치 + 마리오카트8 (2018년 블프 당시)


미국 민간기업이 할인 총력을 쏟아붓는 블랙프라이데이와는 달리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 주도의 '국가적 세일 행사'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절의 열기를 따라잡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201곳 중 적게는 78곳(1건만 등록), 많게는 175곳(10건 미만 등록) 정도가 구색만 맞추는 수준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할인율 '0%' 상품도 존재합니다. 전체 상품 중 10% 가까운 수는 '리퍼브' 즉, 중고나 하자 상품이기도 합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5년째 자리잡지 못하고 잡음을 되풀이하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강행하거나,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 점 등 기존에도 문제 제기는 많았습니다.

뉴스래빗이 데이터로 확인해보니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 중심 마인드 부족'이었습니다. 5년째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는 시스템 위에서라면, 구색을 맞춰놔도 행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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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를 만듭니다. 실험적 뉴스 서비스에 도전합니다. 뉴스 이용자 경험을 고민합니다. 기술로 뉴스를, 뉴스룸을, 미디어를 이롭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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