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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신년사마다 짙게 깔린 '저성장 위기'
 …기업·정부 해법은 '디지털'

  • 입력 2020-01-07 09:23:01
  • 수정 2020-01-07 09:38:35
뉴스래빗 팩트체크 :) 정부·재계 신년사 분석

∇ 경제부처 위기 돌파 전략 '스마트'
∇ 기업마다 '저성장', '위기'…기대보단 우려
∇ 기업 해법, '디지털' 그리고 '플랫폼'
∇ 2020년 또 약방의 감초 '규제 개선'


2020년 1월 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해에는 늘 희망을 품지만, 인생은 늘 쉬운 게 하나 없습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벽두부터 미국과 이란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2020년엔 경제가 좋아지리란 희망을 품은 지 채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죠.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 '핵 합의 탈퇴'로 맞대응하고 있는 이란의 갈등에 연초부터 불확실성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름값이나 관련 기업 주가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0년 1월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치 앞을 모르는 환경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정부 경제부처와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각 기업과 정부부처는 2020년 신년사를 통해 한 해 나아갈 방향을 천명했습니다. 뉴스래빗이 정부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과 재계 상위 30대 기업 대표들의 신년사를 모두 모았습니다. 형태소 분석한 결과, 현 경제 상황에 대해 민·관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불황과 더불어 국내에선 저성장,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 '기술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 말입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2020년 1월 2일 일제히 발표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상위 30개 기업의 신년사를 각각 수집해 비교 분석했다.

정부 경제부처에선 10명을 대상(19,600 -4.62%)으로 했다. 2019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제 분야 출석 대상자로 구분된 장관급 인사들이다.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신년사를 하지 않아, 간부회의에서 발표한 신년 구상으로 대체했다.

기업의 경우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59개 기업집단 가운데 상위 30곳을 선정했다. 이 중 신년사 전문이 공개된 22개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다. 신년사가 공개되지 않은 11개 기업(삼성전자(54,200 -3.04%), GS(41,250 -1.67%), KT(23,900 -1.65%), 부영, S-OIL, 현대백화점(70,900 -0.56%), 대우조선해양(22,150 -3.28%), 영풍(594,000 -1.66%), 하림(2,535 -3.98%), KT&G(84,700 -1.74%))은 제외했다. 역시나 신년사가 공개되지 않은 SK(192,000 -4.24%)그룹은 지주회사인 SK(주) C&C 박성하 대표 신년사로 대체했다.

수집한 데이터의 총 단어 수는 1만7883개, 문자수는 총 7만9996개다. 이중 키워드 분석에 필요한 명사만 따로 추출했다. 추출된 명사는 총 1만2475개, 문자수는 총 3만9262개다.
경제부처, 위기 돌파 전략 '스마트'
정부 각 경제부처 장관들은 '스마트화'를 위기 돌파 전략으로 꼽았습니다.
경제부처 10곳 장관의 신년사를 분석해본 결과, 키워드 중 '국민'(71회), '산업'(69회), '혁신'(65회), '농업'(62회), '경제'(60회), '금융'(52회), '시장'(39회), '기업'(38회), '스마트'(34회), '해양'(34회) 순으로 많이 언급됐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0년 1월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 '경제' 등 키워드는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자주 쓰였습니다.
"저성장, 인구감소 시대에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거점형 뉴딜사업, 역세권 개발, 노후산단 재생혁신을 통해 투자를 늘리고, 산업 거점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 등 변화된 경제환경에 따라 독과점 사업자들의 불공정행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신산업 분야 등에서 혁신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스마트'(34회)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결국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술 혁신을 산업 전역에 확대해 산업 대응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입니다. '과학기술'(13회), '산업혁명'(10회) 등 관련 키워드도 다수 언급됐습니다.
"스마트팜이 새로운 한류를 이끌 수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 도전하는 스마트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IC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한 영업방식과 경영이 아니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음을 공감하고, 앞으로 ’작은 것을 연결하여 강한 스마트 대한민국을 실현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기업마다 '저성장', '위기'…기대보단 우려
그렇다면 기업들은 다가온 2020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22개 기업의 신년사를 형태소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고객'(125회), '사업'(112회), '성장'(88회), '미래'(75회), '혁신'(67회), '글로벌'(53회), '지속'(45회), '가치'(44회), '투자'(40회), '경쟁력'(39회)이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인사말인 만큼 희망찬 이야기를 담는 게 신년사입니다. 하지만 2020년 신년사에서는 같은 키워드라도 긍정적, 부정적 의미로 동시에 활용된 키워드가 상당수였습니다.

특히 '성장', '미래', '환경', '확대', '지속' 등 키워드들은 상당히 중의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성장'(88회)은 '성취 대상'의 의미와 위기인 '저성장'의 의미로 모두 쓰였습니다. '성장'을 가장 많이 언급한 기업은 포스코(195,500 -1.76%)(19회), 농협(13회), CJ(80,500 -4.28%)(12회) 순입니다. 저성장에 대한 위기 의식 또한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 중반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경제도 내수와 수출 동반 위축으로 2% 초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 등 사회적 이슈들과 맞물려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세계경제는 글로벌 무역분쟁 장기화와 주요국의 경기둔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미래'(75회)와 '환경'(34회) 등도 일반적인 의미보다 급변하는 환경 속 미래 신사업, 미래 먹거리 개발 등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확대' 또한 투자나 역량 확대 뿐 아니라 위기·불확실성의 확대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대외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필요한 미래역량과 자원을 확보하고 본연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 김승연 한화(20,050 -1.72%)그룹 회장
"급변하는 환경, 불확실한 미래는 밀려오는 파도와 같습니다. 우리는 날렵하고 유연한 기술로 예측할 수 없는 파도를 넘어서는 능숙한 서퍼가 돼야 합니다." - 유석진 코오롱(14,150 -2.41%) 사장
기업 해법, '디지털' 그리고 '플랫폼'
뉴스래빗 분석 결과, 이러한 상황 속 30대 기업이 내놓은 해법은 '디지털'과 '플랫폼'이었습니다.

앞에서 본 경제부처 장관의 해법 '스마트'처럼 '기술 혁신'을 강조합니다. '기술'(30회)을 가장 많이 쓴 기업은 현대중공업(10회), 현대자동차(7회)와 포스코(4회) 순입니다. '개발'(15회)을 가장 많이 쓴 기업은 포스코(5회), 현대자동차(4회) 순입니다. '기술'과 '개발'을 많이 쓴 기업들엔 주로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술 혁신의 일환으로 '디지털'(27회)과 '플랫폼'(13회)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이 키워드들은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습니다.

'디지털'은 농협금융지주(10회), 한화(5회), 한국금융투자(3회), 미래에셋대우(6,340 -3.94%)(3회) 순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습니다. '플랫폼'(13회)미래에셋대우(6회), 농협금융지주(4회) 순으로 금융권에서 많이 쓰였습니다.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시대 변혁 앞에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기회인 동시에 생존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플랫폼 서비스는 High Technology를 지향해야 합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고객과 24시간 편리하게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금융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2020년 또 약방의 감초 '규제 개선'
경제 부처 장관들은 다시 규제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각종 산업 규제 해소, 혁신분야 샌드박스 도입 등 매 신년 규제 해소 약속은 약방의 감초 같은 단골 손님이긴 합니다. 경제에 새로운 활력들이 필요한 시점에, 규제로 인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제약이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지만 실제 얼마나 실행될진 다시 두고 봐야겠죠.
"올해 공정위의 정책방향은 포용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기조 하에서 경쟁촉진과 규제개선을 통해 혁신동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신성장동력이 되어줄 스마트 건설, 드론, 자율차, 스마트 시티 등 혁신기술을 고도화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제약하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산업 전반의 역동성을 높여야 합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혁신을 위해 조직의 '문화'(13회)를 바꿔야한다는 키워드가 이번엔 눈에 띕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필요한데,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이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지적입니다.
"여러분은 하나의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한분 한분 모두가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 저부터 솔선수범하여 여러분과의 수평적 소통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가 정착 되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유연하고 개방적인 기업문화 조성에 앞장서 주십시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기업문화와 관성적인 업무 습관을 모두 버려야 할 것입니다. 직급, 나이, 부서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 분석으로 보니 국내 주요 기업과 정부 부처의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2020년 새해 시작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아닌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그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과 '위기'가 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스마트' 그리고 '규제 개선', '조직 문화'를 꼽았습니다. 기업은 '디지털'과 '플랫폼' 중심의 '기술 개발'을 다시 강조합니다.

결국 정부와 기업 모두 위기 돌파의 대책으로 '디지털'을 꼽은 셈입니다. 2020년 기업과 정책의 디지털 전환이 그 어느해보다 절실한 셈입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으면 4차 산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습니다.

이란 사태로 신년 벽두부터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2020년 경제, 정부와 기업이 새해 다짐으로 약속한 신년사가 부디 잘 시행되길 바라봅니다. 2020년 경제도 국민도 모두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말이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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