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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고향집 부모님 옆 그 물건,
'다단계' 아니에요?

  • 입력 2020-01-25 09:09:05
  • 수정 2020-01-25 09:12:30
고향집 그 물건, '다단계'인지 확인하세요

핵심질문 묻고 답하는 #팩트알고
공정위 '다단계 업체' 15년치 데이터 분석

▽ 전국 130곳, 매출 4조5841억원 '역대 최대'
▽ 2018 다단계 상품 매출 1위 '애터미 헤모힘'
▽ 암웨이·애터미·뉴스킨 매출 전체의 53.9%

▽ 합법업체 130곳 아니면 모두 '불법 다단계'
▽ 합법이라도 불만이력, 신용평가 등 확인해야


민족 최대의 명절 설입니다. 고향엔 잘 내려가 계신가요. 지난 추석 이후 가족 친지를 오랜만에 찾아뵙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으로 최저가나 상품평을 비교하며 물건을 구매하는 게 일상인 시대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님 세대에겐 여전히 익숙지 않은 일이죠. 방문 판매 등 고전적인 채널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으실 겁니다.

오랜만에 찾아가는 고향 집에 새로운 물건이 생겼는지 살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 다단계 영업 사원으로부터 구입한 물건이 있다면, 이 기사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뉴스래빗이 국내 합법 다단계 업체의 매출, 시정 조치 이력, 인기 상품 판매 실적 등을 정리했습니다.

합법으로 운영 중인 다단계판매사업자 정보를 왜 알아야 할까요. 공정위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국내에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다단계판매사업자가 2018년 기준 130곳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목록에 없는 업체라면 불법 다단계인 셈이죠. 합법적으로 등록한 업체여도 경영 상황을 상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다단계판매사업자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건전한 다단계판매시장의 질서 확립을 위해서다. 다단계 회사의 주소, 연락처, 대표이사 등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다양한 재정 정보도 함께 써있다. 전체 매출, 많이 팔리는 상위 5개 제품의 판매액,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수당 규모 등을 통해 다단계판매사업자의 운영 현황을 상세히 알 수 있다.

뉴스래빗은 공정위가 공개한 다단계판매사업자 정보를 전수 수집했다. 가장 최신 자료인 2018년도부터 2004년도까지 총 15년치 현황이다. 수집한 정보를 회사별, 소재지별, 제품별, 매출별로 상세히 분석한다.
다단계 업체, 얼마나 많을까?
2018년 기준 국내 다단계 업체는 총 130곳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다단계 사업을 하겠다고 등록한 곳들이죠.


공정위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최근 15년 중 최대 규모입니다. 다단계 업체 수는 2012년부터 눈에 띄게 증가해 왔는데요. 2011년 69곳에서 7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다단계 업체의 매출 총합도 역대 최대입니다. 2018년 130개 업체 매출 총합은 4조5840억9598만3854원인데요. 최근 15년을 통틀어 처음으로 4조5000억원 규모를 돌파했습니다. 2011년엔 약 2조5937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릴까?
공정위는 각 다단계 업체별로 가장 많이 팔린 상위 5개 제품도 함께 공개합니다. 가장 최신인 2018년 자료를 볼까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 댁에 이 제품들이 있지 않았나 잘 살펴보세요.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2004~2018년 연도별 그래프 확인
2018년 다단계 업체 130곳의 모든 제품 중 가장 매출이 높았던 건 애터미의 건강식품 '애터미 헤모힘'입니다. 2018년 한 해동안만 1820억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라 정확한 판매량은 알기 어렵지만, 업체 쇼핑몰에 공개된 정가(개당 8만4000원)를 기준으로 하면 200만개가 넘게 팔린 셈입니다.

한국암웨이의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필터가 각각 2, 3위를 기록했습니다. 2018년 한 해동안 공기청정기 723억원, 정수기 필터 686억원어치가 팔렸죠.

2위와 3위를 생활용품이 차지한 건 2018년이 처음입니다. 최근 10년치를 보면 보통 상위 3개 제품은 건강식품이나 화장품이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다단계' 하면 떠오르는 제품들이었죠. 다단계 상품 판매량도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에 따라 다양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위 3개사, 매출 절반 이상 차지
'다단계 업체' 하면 떠오르는 회사들이 있으실 겁니다.


2018년 매출을 살펴보니, 인지도가 높은 업체들이 매출 규모도 컸습니다. 130개 업체 중 매출 1위는 한국암웨이입니다. 다단계 상품을 팔아 올리는 연 매출이 1조1661억1500만9450원으로 작지 않습니다. 130개 업체 중 연 매출이 1조원을 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2위는 애터미입니다. 2018년 매출이 8865억4891만9865원으로 한국암웨이에 다소 못 미칩니다. 하지만 매출 상위 3개 업체 중 매년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보이며 한국암웨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건강식품 뿐 아니라 기초 화장품, 치약 등 생필품으로 부모님 댁에 자주 보이는 브랜드죠.

뉴스킨코리아가 4160억5686만2895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3위를 차지했지만 1위 한국암웨이, 2위 애터미와는 격차가 꽤 있는 편입니다. 두 회사에 비해 매출 상승폭도 약간은 더디죠. 뉴스킨코리아 화장품은 부모님 집에 있을 가능성은 1, 2위 업체 제품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업 사원이 많아 젊은 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2004~2018년 연도별 그래프 확인
2018년 기준 다단계 업체 130곳의 매출을 모두 합하면 총 4조5840억9598만3854원입니다. 평균적으로 한 업체 당 약 353억원 정도를 버는 셈인데요.

실제로 비교해보니 매출 1~3위 업체들이 업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한국암웨이, 애터미, 뉴스킨코리아 매출을 합하면 2조4687억2079만2210원. 전체의 53.9%에 달합니다. 상위 3곳, 혹은 넓게 봐도 연 매출이 500억원 이상인 업체 14곳 정도 외에는 모두 영세 업체입니다. 업체 규모가 어느 정도 되어야 사후 관리 등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불법 아니지만…정보 공개하는 이유
공정위는 홈페이지에 다단계판매사업자 정보를 공개하며 "다단계판매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이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자들이 '불법 다단계 업체'가 아님에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 목록에 올라온 130곳 외에는 모두 등록되지 않은 '불법 다단계 업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단계 영업사원을 통해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을 구매했는데 130곳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제품의 품질 혹은 사후관리를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둘째, 130곳 중 한 곳인 '합법 다단계'라도 상세 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반품, 환불 등 소비자 불만 처리 이력이 있거나 신용평가 등급이 낮을 수 있습니다. 최근 3년 내 공정위에게 시정 조치를 받은 적이 있는지도 확인하면 도움이 됩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20년 1월 23일 서울 경동시장이 장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랜만에 간 고향집, 부모님이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셨던가요. 혹시 생소한 브랜드이거나, 영업 사원을 통해 구매했다고 하시던가요. 그렇다면 부모님에게 이 기사를 공유해주세요. 다단계 판매업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수당을 많이 받을 욕심으로 과도하게 판매 혹은 구매하거나 강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현명하고 안전한 소비를 돕는 설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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