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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식당 '코로나 폐업' 증가?
 사실은 감소…퇴로조차 없는 '존버'

  • 입력 2020-04-02 09:38:59
  • 수정 2020-04-02 14:55:48
뉴스래빗 [팩트체크]:) 음식점 폐업 현황은?
서울시·행안부 1~3월 공식 데이터 총 집계

∇ 2020년 3월 폐업 1만108곳…30.3%↓
∇ 17개 시도 중 14곳 폐업 감소
∇ 상위 10개 업태 폐업 수 모두 줄어
∇ 폐업 수 감소의 원인은 '존버'
∇ 소공연 "존폐 위기 아직…하반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휴업.폐업하는 매장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2020년 3월 31일 오후 중구 명동 음식점에 테이블이 놓여져있다. 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우리네 일상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전방위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도 기업도 가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출근하는 대신 재택근무를 하고, 주말에도 집을 나서지 않는 격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죠.

문제는 우리 주변 자영업자들입니다. 사람들이 사라진 거리에서 여전히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지만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자영업 중에서 특히 식당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두 달째를 코로나 한계상황에서 자영업 음식점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요. 일시적 휴업을 넘어 대대적 폐업 국면을 맞고 있을까요.

2020년 3월 23일, 서울시내 음식점 폐업 수가 3월 한 달간 1600곳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 1468곳이 문을 닫은 것과 비교하면 폐업이 9.0%(132곳) 증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매출이 급락하자 폐업과 휴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틀 뒤인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수치를 인용했죠. "이달에만 서울 음식점 1600여곳이 불황을 못 이기고 폐업했다"고 했습니다.


뉴스래빗 데이터랩이 살펴본 폐업 현황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음식점 폐업은 오히려 2019년 3월보다 감소했습니다. 업종별로 봐도, 지역별로 봐도,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봐도 폐업은 대체로 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뉴스래빗이 서울시에 확인해보니, '1600곳'은 같은 주소로 등록된 폐업건을 중복으로 보고 직접 제거한 결과입니다.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데이터에는 상호명, 주소, 업종, 폐업일자 등 폐업 매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 중 주소가 같은 경우, 같은 폐업 내역이 중복됐다고 보고 '1건'으로 친 겁니다.

다만 이렇게 처리하면 예기치 않게 누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백화점 식품관이 리뉴얼해 여러 매장이 같은 날 동시에 폐업한다면, 주소지와 폐업일자가 같다고 해서 폐업 1건으로 볼 순 없겠죠.

반면 서울시 담당자는 같은 기간 폐업 수가 1761곳이라고 뉴스래빗에 밝혔습니다. 중복은 따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폐업 사유가 '전출'인 경우를 직접 뺐다고 합니다. 해당 담당자는 "전출이 '이사하는 개념'이라서 폐업이 아니라고 보고 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폐업하는 음식점엔 저마다의 사유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식품위생업소 개폐업 데이터에 이를 명시하죠. 폐업한 음식점 중, 서울시내 다른 자치구나 타 시도로 가게를 옮긴 경우 '없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폐업에서 제외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전출'을 단순히 '없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폐업에서 제외하기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사정이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전출은 '폐업 1건'과 '개업 1건'의 합입니다. 자영업자가 같은 가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건 장사가 안 되어서, 임대료가 올라서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악화해 전출(폐업과 개업)한 것이라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분명 뼈아픈 '폐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출을 포함하면 폐업 데이터의 실체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보도내용과 서울시의 공식 자료 모두에서, 2019년 같은 시기(3월 1~20일)에 비해 2020년 3월 폐업 음식점 수가 9~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지만 전출을 포함하면 오히려 줄어듭니다. 이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폐업 현황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폐업 수는 현재 자영업자의 고통을 직접 설명해주는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문제는 원본 데이터(raw data)를 어떻게 봐야할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위 사례는 이러한 현실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죠.

서울시 담당자는 "서울시에도 폐업을 집계하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따로 없다"며 "전출을 포함하든 제외하든 통계적으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포함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휴업.폐업하는 매장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31일 오후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사진=뉴스1

뉴스래빗이 서울을 넘어 전국 음식점 폐업 현황을 직접 들여다봤습니다. 더 나아가 식당 폐업이 오히려 늘지 않고 줄었다고 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덜한게 아니란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폐업보다 더 힘든 '코로나 존버(X나게 버티다의 줄임말)'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뉴스래빗이 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의견을 통해 팩트체크합니다.
뉴스래빗의 '폐업' 기준은 이렇습니다


뉴스래빗은 대한민국 전반의 식품업 폐업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업종별 인허가 데이터 중 '식품' 카테고리를 수집했습니다. 그 중 폐업일이 2017년 1월 1일부터 2020년 3월 29일 사이인 56만1770건을 추렸습니다.

뉴스래빗은 전체 폐업건 중 중복된 주소를 제외하거나, 전출한 경우를 빼지 않고 모두 '폐업'으로 봤습니다. 행정안전부 데이터에서 영업 상태가 '폐업'이고 폐업 날짜가 명시된 건은 모두 폐업한 것으로 봅니다.

행정안전부 '식품' 업종 폐업 데이터 중 한 예시. 2019년 3월 31일, 같은 주소지에서 5개 업체가 일괄 폐업했다. '주소지'를 기준으로 중복을 판단할 경우 이와 같은 건을 폐업 '1건'으로 처리하게 될 수 있다.

주소나 상호명, 폐업일자 등 특정 항목을 기준으로 중복을 판단하기엔 예외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백화점 식품관이 리뉴얼해 여러 매장이 같은 날 동시에 폐업한다면, 주소지가 같다고 해서 폐업 1건으로 볼 순 없겠죠.

전출의 경우 단순히 '없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일괄 제외하기엔 그 사정이 무한합니다. 임대료가 올라 더 싼 지역으로 옮겼을 수도 있고, 손님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떠나는 것일 수도 있죠. 그래서 뉴스래빗은 '전출'을 일괄 '유지'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개방(LOCALDATA, 이하 '행정안전부 데이터') 웹사이트에 업종별 개·폐업 현황을 원본 데이터(raw data)로 공개한다. 건강·동물·문화·생활·식품·자원환경·기타 등 7개 카테고리 내 191개 업종에 이른다.

이중 뉴스래빗은 자영업 타격이 심한 곳으로 추정되는 '식품' 카테고리 내 32개 업종의 폐업에 주목한다. 급식, 식품 제조·가공·판매, 유흥주점·단란주점, 음식점 등이다. 이 데이터를 월별, 업종별, 지역별로 분석해 폐업 추이를 살핀다. 한 업종 내에 카페·편의점·한식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 상세 업태별로도 비교한다.

이 32곳 중 축산이나 옹기류제조업 등 자영업과 거리가 먼 업종은 제외했다. 최종 대상으로 삼은 업종은 총 21가지이다. 서울시가 열린데이터광장에서 제공하는 식품위생업소 현황의 업종 목록(23종)과 가장 유사한 형태다.

뉴스래빗은 독자에게 가장 최신의 음식점 폐업 현황을 제공하기 위해 2020년 3월 29일까지의 데이터를 모두 분석했다. 2020년 3월 31일 수집한 최신 자료다. 행정안전부는 이틀 전까지의 업데이트분을 매일 공개하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전국 폐업 음식점 '1만108곳'
2019년 같은 시기보다 4386곳 ↓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월별 자세한 수치 확인


전국을 통틀어 보니 2020년 3월 음식점 폐업 수는 감소세입니다. 2020년 3월(1~29일) 폐업한 음식점은 전국에 1만108곳입니다. 2020년 1월(1만3470건), 2월(1만3533건)보다 낮아졌죠. 아직 공개되지 않은 3월 30~31일분을 업데이트한다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년인 2019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봐도 폐업 수는 적습니다. 2019년 같은 기간(3월 1~29일) 폐업한 음식점 수는 전국 총 1만4494곳입니다. 2020년 3월 1~29일(1만108곳) 폐업 음식점 수는 2019년 같은 시기보다 30.3% 감소한 셈이죠.
지역별로 봐도 전년 같은 시기보다 감소
전남 51.3%, 대구 47.2%, 경남 41.4% 순

시도별로 나눠봐도 17개 시도 중 대부분인 14곳에서 감소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시도별 자세한 수치 확인


2020년 3월, 지난해 같은 기간(2019년 3월 1~29일) 대비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전라남도입니다. 2020년 3월 전남에서 음식점 259곳이 폐업했는데요. 2019년 같은 기간 532곳 대비 폐업 수가 51.3% 줄었습니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남도가 감소폭 40%대로 뒤를 이었습니다. 2020년 3월 대구에서 폐업한 음식점 수는 334곳으로 2019년 같은 기간 633곳보다 47.2% 줄었습니다. 경남은 2019년 3월 1~29일 1058곳에서 2020년 같은 기간 620곳으로 41.4% 줄었죠.

이 밖에 충남·경기·부산·경북·서울이 30%대, 강원·대전·광주·울산이 20%대 감소폭을 보였습니다.

2020년 3월 1~29일 폐업 수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상승한 곳은 세종·전북·제주 등 세 곳에 불과했습니다. 제주에서 폐업한 곳은 2019년 3월 215곳에서 2020년 같은 기간 284곳으로 32.1% 늘었습니다. 세종은 61곳으로 2019년 3월 53곳 대비 15.1%, 전북은 2020년 3월 332곳으로 2019년 같은 기간 323곳 대비 2.8% 소폭 올랐습니다.
상위 10개 업태 폐업 전년 대비 모두 하락
즉석판매제조가공업 56.2% ↓

업태별로는 어떨까요. '업태'는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등 '업종' 하위의 세부 업종을 뜻합니다. 마찬가지로 2020년 3월 1~29일 최신 데이터와 2019년 3월 같은 기간 폐업 수를 비교합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스크롤해 전체 업태 확인


분석 결과, 2020년 3월 폐업 수 상위 10개 업태 모두 2019년 같은 기간보다 적었습니다.

변화폭이 가장 큰 업태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입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2019년 3월 1~29일 4923곳에서 2020년 3월 같은 기간 2158곳으로 56.2%나 폐업 수가 감소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일반판매업'과 '호프/통닭'은 폐업 수가 각각 27.7%, 24.1% 줄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일반판매업은 2019년 3월 1245곳에서 2020년 3월 900곳으로, 호프/통닭은 2019년 3월 564곳에서 2020년 3월 428곳으로 낮아졌죠.

한식과 커피숍이 18% 수준으로 뒤를 잇습니다. 한식 감소폭은 2019년 3월 2044곳에서 2020년 3월 1659곳으로 18.8%, 커피숍은 2019년 3월 659곳에서 2020년 3월 540곳으로 18.1% 입니다.

이밖에 식품자동판매기영업, 일반조리판매, 기타휴게음식점, 기타 등 순으로 상위 10개 업태 모두 폐업 수가 2019년 3월 같은 기간보다 하락했습니다.
폐업 수 하락, '존버의 시대' 반영
소공연 "존폐 위기 아직…하반기에 올 것"

뉴스래빗 분석 결과, 2020년 3월 음식점 폐업 수는 전국, 지역별, 업태별 모두 2019년 대비 적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건 누가 봐도 뻔한 일인데,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에 따라 폐업이 즉각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존버'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폐업 수가 완화되고 있는 데 대해 크게 네가지 요인을 꼽았습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미 정리가 될 곳들은 정리가 돼서 폐업률이 완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또 외식산업은 원래 진입장벽이 매우 낮았는데 방송 등을 보며 사람들이 준비를 많이 하면서 폐업 리스크가 준 탓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서 연구원은 임대차 계약과 창업 이유도 폐업 하락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임대차 계약은 보통 2년이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다고 해서 바로 폐업을 할 수는 없다"라며 "또한 보통 외식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창업이 마지막 수단인 경우가 많아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휴업.폐업하는 매장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2020년 3월 31일 오후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사진=뉴스1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폐업률 하락은 몰릴대로 몰린 소상공인들의 형편을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빅데이터센터장은 "폐업은 업종 전환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업종 전환을 해봤자 나아질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몰릴대로 몰려 버틴다면 폐업 수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하반기가 소상공인들에게 존폐 위기가 될 수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들은 결국 대출이다"라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반기에 줄폐업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몇 가지 통계로도 '존버'의 고통을 알 수 있습니다. 통계청 고용노동 동향에 따르면 2020년 2월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만5000명 줄어든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4만9000명 늘었습니다. 고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홀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 금융권에 따르면 2020년 3월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도 급증했습니다. 2020년 3월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44조9046억원으로 2조9732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2월 증가 규모(1조5525억원)와 2019년 3월 증가규모(1조4351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금 부족을 겪는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 이야기와 통계 자료를 보니, 2020년 3월 폐업 수가 줄어든 건 상황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당장 보이는 폐업 수가 아니라 앞으로가 중요하단 뜻이죠.

그래서 뉴스래빗은 소상공인과 경제 현황을 살펴보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전국 폐업 현황을 분석할 계획입니다. 이 데이터로 선보일 다음 폐업 현황 분석도 기대해주세요. 뉴스래빗과 함께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지혜를 같이 모아봅시다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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