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로 버려지는 반려동물들

반려동물의 웰다잉(Well-dying) 그리고 배웅
인간-동물, 차가운 죽음보다 따뜻한 연대 속으로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아요. 늘 다니던 길인데 이젠 낯설어요, 기억이 잘 안나요. 작은 문턱도 이젠 넘기 힘겹네요. 17살. 사람 나이로는 80세를 훌쩍 넘긴 노견입니다. 이제 주인과 이별 준비해야합니다. 죽은 뒤에도 날 기억해 줄까요? 제 이름은 '예삐'입니다."

↓ 아픈 '예삐'에게 함께 면회 가시죠, 영상 속으로 !.!

반려견의 수명은 약 15년. 인간의 1년은 개의 6~7년 삶입니다. 우리 곁에서 재롱도 부리고 반갑게 꼬리도 쳐주는 반려견. 인간처럼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 우리 곁을 떠납니다.

뉴스래빗은 죽음을 앞둔 반려동물이 생의 끝자락을 살아가는 동물 호스피스 병원에 왔습니다. 노화에 따른 각종 질환을 치료하고, 동물의 웰다잉(Well-dying · 보다 나은 죽음)을 고민하는 곳입니다.

호스피스란 말기 환자들이 자신의 품위와 인격을 가지고 고통 없이 남은 삶을 보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호스피스(hospice)의 어원은 라틴어인 호스피탈리스(hospitalis)와 호스피티움(hospitium)입니다. 호스피탈리스는 주인이란 뜻에서 '병원'이란 뜻으로 발전했습니다. 호스피티움은 주인과 손님 사이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이 마음을 표현하는 장소를 뜻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이 떠나는 이와 남는 이가 마지막 작별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은 이유죠.

이 곳 해마루케어센터에서 만난 16살의 한 노견은 후지(뒷다리) 마비와 신부전증 등 각종 질환으로 힘겹습니다. 24시간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16년 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인간처럼 반려동물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 직전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냅니다. 인간과 동물이 차가운 '죽음'보다 아직은 뜨거운 '삶'을 함께 살아가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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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이별에도 생각 이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임종과 장례식처럼 말입니다. 삶의 반려자와 같은 의미인 반려동물이라 더 그렇습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여성 중 절반 이상은 마치 자식을 잃은 슬픔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슬픔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반려동물 전문가는 조언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을 자주 방문하는 한 손님은 말합니다.

"아픈 반려동물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어요. 출퇴근 때 데려오고 데려가는 생활을 벌써 1년째 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이 건강하게 제 곁에 있다면 이 정도는 힘들지 않아요."

반려동물을 잃었거나, 떠나 보낼 시기가 임박한 보호자들이 다시 반려동물과 삶을 함께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호스피스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센터에는 수의사 2명을 포함해 총 9명의 직원이 근무합니다. 강아지 입원실과 고양이 입원실, 보호자 면회실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안락사·자연사 등 마지막 시간을 앞두고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있습니다.

국내는 반려동물 호스피스 개념이 아직 생소합니다. 지난해 국내 첫 반려동물 호스피스 시설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문을 열었죠. 닌치병이나 노령 질환으로 고생하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보살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루 입원비는 동물 크기에 따라 11만~16만원 선입니다. 사람 2인 병실 하루 입원비가 20만원 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비싼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도 받기 힘든 호스피스 서비스이다보니 동물 호스피스 운영은 쉽지 않습니다. 해마루케어센터에도 인간 병실 격인 동물 케이지는 개용 10개, 고양이용 2개 등 12개 뿐입니다. 치료를 담당하는 수의사와 전문 간호 인력 등 인건비에 치료 장비, 병원 운영비까지 합하면 매달 적자라고 합니다.

"사람 요양병원은 정부 지원을 받지만 동물 호스피스 병원은 그렇지 못합니다. 수의학계에서도 반려동물 호스피스 개념은 생소해 수의사 등 직원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김선아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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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5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다섯가구 중 한 곳(21.8%, 457만 가구)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2010년 17.4%와 비교하면 5년 만에 4.4% 늘어난 수치입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족(族)은 함께 늘고 있습니다.

생후 3개월 이상의 반려견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반려견 등록제'가 시행 중입니다. 주인의 책임있는 관리를 명문화한 것이죠. 하지만 사망 반려동물 처리 방법은 쓰레기 처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죽은 동물은 '생활폐기물'로 분류됩니다. 개인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 등에서 '감염성 폐기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른바 '펫코노미'(펫+이코노미)로 대표되는 반려동물 산업규모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 혹은 가족과 같았던 반려동물과 성숙한 이별을 고민하는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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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동물 대상 호스피스 및 통증완화 의료서비스 업체는 80여 곳 입니다. 말기 의료서비스를 받는 동물은 연간 약 1만 마리에 달합니다. 애견 휠체어, 치료 목적의 침대, 요실금 기저귀 등 보조 의료물품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통증완화 및 호스피스 의료서비스도 가족 중심 접근을 기본으로 합니다. 인간도 애완동물의 임종을 함께 합니다. 웰 다잉, 즉 보다 나은 죽음은 동물의 삶에도 중요하다는 인식입니다.

↓ 이승환의 '지구와 달과 나'. 반려동물을 향한 고마움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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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 연구=김현진, 이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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