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 'DJ 래빗' 4회

이정현 'KBS 녹취록' 키워드 빈도 분석
총 3304자, 원고지 24매 분량 '속사포 항의'
'도와달라' '살려달라' 등 협조 당부 11회 반복
'세월호', '구조', '생존자' 단어 언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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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금.. 이.. 이렇게.. 그렇게.. 좀.. 그런.. 해경이.. 이런.. 식으로.. 그게.. 진짜.. 한번만.. 잘.. 아니.. 아이고.."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어떤 말을 하려는 건지 아시겠어요? 뉴스래빗은 최근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른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3선·전남 순천)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이른바 '세월호 보도 외압' 통화 녹취록 전문을 '단어 구름'으로 분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엿새째인 2014년 4월 21일 그리고 같은 달 30일 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 의원은 김 전 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정부 비판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합니다. 두 통화는 12분 20초 분량입니다. 이 의원은 세월호 탈출 지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해경을 비판한 KBS의 보도 논조에 흥분, 속사포처럼 항의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12분여동안 쏟아낸 단어는 1185개, 글자수로 3304자, 200자 원고지 24매 분량이었습니다.

이를 단어 빈도 분석한 결과 이 의원이 많이 사용한 상위 20위 표현은 '그', '지금', '이', '이렇게', '그렇게', '좀', '그런', '해경이', '이런', '식으로', '그게', '진짜', '한번만', '잘', '아니', '아이고' 등 순이었습니다.

이 의원 반복 상위 20개 단어 : TIP 그래프 클릭으로 대화 내용 확인


이를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해봤습니다. 단어 크기는 출현 빈도를 뜻합니다. 글자 크기가 클수록 이 의원이 반복적으로 많이 말했다는거죠. 데이터저널리즘(Data Journalism)에서 '단어 구름' 빈도 분석은 글이나 연설문 등이 강조하는 핵심어를 드러내는 데 쓰입니다. 연설자나 화자가 반복 사용하는 특정 단어는 곧 '말하고자 하는 바'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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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순위대로 핵심어를 살피면 전체 이슈의 뼈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어 구름' 분석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 키워드가 '북한', '핵', '미사일', '도발' 등 순이라면 정부 대북 정책 주요 과제가 북핵과 미사일 도발임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의원의 '그', '지금', '이', '이렇게', '그렇게', '좀', '그런', '해경이', '이런', '식으로', '그게', '진짜', '한번만', '잘', '아니', '아이고' 단어 구름은 어떤 이슈를 말하고 있나요? 이 상위 20개 핵심 키워드를 통해 이 의원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나요?

이 단어 구름으로는 이 의원의 통화 의도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다만 녹취록에서 느낄 수 있듯 이 의원은 KBS 보도에 화가 나 흥분한 나머지, 김 전 국장에게 다소 감정적 의사를 주로 피력했음을 분석 결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할 때 더 극적으로 도와줘요", "그래 한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박근혜)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나 요거 하나만 살려주시오. 국방부 그거 그거 하나 좀 살려주시오" 등이 녹취록 속 이 의원이 전화를 건 핵심 용건입니다.

뉴스래빗이 분석해보니 12분여 통화 동안 이 이원은 '도와주시오' 5회, '도와줘' 2회, '도와주고' 1회, '도와주십시오' 1회, '살려주시오' 2회 등 협조를 직접 당부하는 발언을 11회 반복했습니다.

KBS의 정부 비판 보도를 최대한 수정하거나, 삭제하기 위해 이 의원은 의미 전달이 분명한 키워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돌려말하기 식 읍소를 펼쳤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제 녹취록에는 '세월호', '구조', '생존자' 단어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언론' 역시 없습니다. 이 의원은 'KBS'는 3회, '공영방송'은 2회, '정부'는 7번 언급합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립니다. 7일 이 의원은 이 같은 'KBS 세월호 보도 외압' 논란으로 정치적 공세 한 복판에서도 8월9일 치러질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예정대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날 당대표 경선 기자회견을 통해 "특권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기득권을 철저히 때려부수겠다"며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을 통해 국민과 민생을 찾아가는 당으로 새누리당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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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월호 관련 보도 외압이 당대표로서 약점이 아니냐'는 기자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 의원은 "보도 당시에 제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며 구체적인 답은 피했습니다. 그는 녹취록 공개 직후 "(당시 발언이) 다소 지나쳤다. 제 불찰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 대표 출마가 이 의원의 정치적 '정면 돌파'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 김 전 국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7개월만이던 2014년 11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이 세월호 보도에 부당 개입했다고 폭로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가 부당하다고 무효확인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는 진 바 있습니다.

김 전 국장은 2014년 11월 폭로 당시, 이 의원이 길 전 KBS 사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언론비평 매체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 의원이 문제 삼은 2014년 4월 21일 밤 KBS 9시 뉴스에 보도된 세월호 관련 보도는 아래 7건입니다.

△ 수색작업 ‘민간잠수사’활약… 해경도 인정 △ 선박관제센터 운영… 해수부 따로, 해경 따로 △ 진도선박관제센터, 지켜보고도 ‘감지’ 못해 △ ‘바다의 권력’ VTS, 해수부-해경 ‘관할경쟁’ △ 민간선박들, “바다 뛰어내렸으면 구했다” △ 탈출판단 선장에게 미뤄… 관제센터 ‘소극 대응’ △ 위도 경도 묻는 해경놓친 시간 6분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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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래빗?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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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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