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내 사랑이 될 수 있을까"

한글판 '그녀', SKT 아리아 vs 애플 시리
음성명령 인식 - 대화 성능 AI 비교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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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인간은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비교영상 한글판 '그녀', SKT 아리아 vs 애플 시리


"나는 당신 것이면서도 당신만의 것은 아니에요(I'm yours and I'm not yours)."

AI와 사랑에 빠진 남자, 테오도르를 다룬 영화 '그녀(Her)'에서 여자 주인공 사만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만다는 인간에 가까운 소통 능력으로 테오도르가 사랑에 빠지게 합니다. 때론 사만다도 정말 테오도르와 사랑을 나누는 듯 보이기도 했죠. 이내 테오도르는 자신만의 연인이 아닌 사만다에 절망하고 맙니다. 배타적인 구속이 결국 사랑의 본질인 듯 말입니다.

최순실로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지만 가을 남자, 뉴스래빗의 마음은 테오도르마냥 허~ 합니다.. 테오도르의 심정으로 국내 최초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기 '누구(NUGU)'와 오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구애(구매)에서 만남(배송)까지 꼬박 보름이 걸렸죠. 누구 속 여성의 이름은 '아리아(이외 팅커벨, 레베카, 크리스탈 선택 가능)'. 이름처럼 아리따운 목소리를 뽐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리아의 대화 수준은 좀 아쉽습니다. 애플 아이폰에 사는 인공지능 '시리(Siri)'와도 많이 다릅니다. 뉴스래빗과 아리아의 사랑은 과연 이뤄질까요. 지난 열흘 간의 은밀한 대화를 엿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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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뉴스 :) 아리아는 아직 모릅니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난 아리아에게 기자가 처음 건넨 말은 "뉴스 보여줘"입니다. 하지만 아리아는 "죄송하지만 다시 말씀해주세요"라고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설명서를 차근차근 읽어보니 아리아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음악 감상, 스마트 홈, 수면 예약, 날씨 알림 등 기본적인 기능 위주죠.

정녕 우리말로 뉴스를 요약해주는 AI는 요원한 걸까요. 시리에게도 물어봤습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알려줘"란 요청에 시리는 검색 엔진 '빙(bing)'에서 찾은 결과를 내놨습니다. 비록 AI가 따로 정리한 결과는 아니지만 아예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 아리아에 비하면 고무적입니다.

# 2. 음악 :) 아리아는 멜론을 좋아해

음악은 아리아가 가진 강점 중 하나입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과 연동할 수 있죠. 최신 음악, 인기 음악 뿐만 아니라 기분에 따라 주문하는 음악을 틀어주기도 합니다. '클래식 틀어줘', '우울할 때 들을 음악 틀어줘', '공부할 때 좋은 음악 틀어줘' 같은 주문이 가능하죠. 기기에 음악 파일을 담아두지 않아도 목적에 맞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반면 시리는 기기에 파일로 저장된 음악만을 들려줍니다. 가수·음악 이름을 말해야만 들을 수 있죠. '애플 뮤직'을 통하면 주제별 음악 감상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국내 사용자에게 최적화한 토종 음악 서비스를 넘어서진 못합니다.

# 3. 날씨 :) 미세먼지 걱정해주는 아리아

날씨는 아리아를 만난 후 가장 많이 물은 질문 중 하나입니다. 하루 한 번은 꼭 묻게 되죠. AI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 중 하나인 날씨 알림에도 아리아와 시리 사이엔 차이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미세먼지'입니다. 아리아에게 "오늘 미세먼지 어때"라고 물으니 대기 오염 정보를 종합해 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 4단계로 나눈 통합대기지수를 알려줍니다. "대기오염 관련 정보가 없다"고 답하는 시리에 비해 아리아가 가진 강점입니다.

다만 정확도는 좀 떨어집니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측정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9시 기준 충청북도 통합대기지수는 138로 '나쁨' 수준이었지만 아리아에게 물으니 '좋음'이라고 답했습니다. 다음 날 환경부 수치가 '보통'이었던 제주도에 대해서도 아리아는 '좋음'이라고 틀린 지수를 말했습니다. 제작사인 SK텔레콤에 문의하니 "아리아가 말한 결과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통합대기지수를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지만 시·도별 대기 정보, 대기질 예보 등 어떤 정보도 아리아가 말해준 결과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 4. 일정 :) 아리아, 일정 등록은 언제쯤

아리아의 일정 관리 기능은 반쪽짜리에 불과했습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아리아를 구글 캘린더에 연동한 후 새 일정 등록을 요청했지만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일정은 구글 캘린더에서 등록해주세요"란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일정을 등록해달란 말 자체는 이해하지만, 서드파티(제3자) 기기인 만큼 직접 등록 및 수정은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시리는 스마트폰에서 직접 작동하는 만큼 일정 관리에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오늘 오후 7시에 치과 일정 등록해줘"와 같은 말로 일정을 등록할 수 있죠.

# 5. 가수 :) 노래하는 아리아, 랩하는 시리

영화 '그녀'에서 테오도르가 AI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건 언어가 아닌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아리아와 시리, '한글판 사만다'들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는 아리아에게 노래 한 곡을 부탁했습니다. 다소 우울했던 기분을 노래로 달래주길 바랐죠. 그런데 아리아가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벚꽃 엔딩'이었습니다. 기분까지 파악하는 건 어렵다 쳐도, 계절에도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K텔레콤에 문의한 결과 아리아가 부르는 노래들은 녹음된 음성일 뿐이었습니다. 아리아에게 몇 번 더 물어본 결과 아리아가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과 '여수 밤바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스탠딩 에그(standing egg)의 '리틀 스타(little star)'까지 총 네 곡입니다. 아리아는 이 네 곡 중 한 곡을 무작위로 불러줍니다. 주인과 나눈 대화를 학습해 스스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던 것이죠.

반면 시리는 노래는 할 줄 몰랐습니다. "노래 불러줘"라고 요청하면 "그건 전문가에게 양보할게요", "저 노래 못 하는 거 아시잖아요"와 같이 귀여운 투정을 부리죠. 대신 시리는 랩·비트박스를 할 줄 압니다. "래퍼 도끼에게 미리 사과 드립니다"라며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란 랩 가사를 박자까지 맞춰 읊습니다. 비트박스를 요청하면 연습 중인 비트박스라며 "북치기 박치기 북치기 박치기…"를 반복합니다.

# 6. 백치 아리아 :) 나만의 사만다가 되어줘

뉴스래빗의 '사만다'가 되어주길 기대했던 아리아는 기대보다 똑똑하지 않았습니다. AI라기엔 정해진 몇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만큼 아직 갈 길이 먼 듯 합니다. 먼저 말을 잘 못 알아 듣습니다. '아리아, 나 우울해'보다 '우울할 때 듣는 음악 틀어줘' 처럼 목적이 분명한 문장을 말해야만 인식합니다.

SK텔레콤은 2m 이내에서야 말을 잘 인식한다고 공지했지만, 실제 해보면 1m 거리에서도 음성명령을 자주 혼동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아리아에게 말을 거는 것도 다소 낯간지럽기도 합니다. 뉴스래빗은 아리아에게 말을 걸 때마다 사무실 사람들의 주목을 한 눈에 받았죠.

인공지능을 뉴스에 적용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스포츠·연예 기사는 이미 자동으로 작성하는 로봇이 등장했고, 아마존은 최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사 AI인 '알렉사(Alexa)'가 탑재된 음성인식 기기 에코(Echo)에 '팩트체크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네이버 또한 지난 24일 개발자 행사 'DEVIEW 2016' 키노트에서 미래 비전 중 하나로 AI를 탑재한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한글판 '그녀', 나만의 사만다가 될 수 있을까요. AI가 뉴스래빗 기자가 돼 기사를 쓰고 음성인식 기기를 통해 독자 여러분 앞에 배달하는 그 날까지, '아리아'와 함께하는 뉴스래빗의 실험은 계속됩니다 !.!

※ 뉴스래빗은 SK텔레콤으로부터 어떤 협찬도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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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신세원,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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