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고양이를 사랑한 네살 소년
운명같은 유기묘 보살피는 삼십대 소녀

#래빗GO…소년 소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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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페를 찾은 네살 남자아이 승준이는 고양이가 무섭다. 그럼에도 승준이는 1년째 카페에 온다. 고양이 '윙크' 보기 위해서다. 윙크는 왼쪽 눈을 잃은 유기묘다. 공사장 인부가 휘두른 삽에 맞아 한쪽 눈이 반쯤 빠진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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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얘는 눈이 하나야?”

윙크를 처음 승준이가 묻자 어머니는 "사람들 때문"이라 답했다.

그날 이후 승준이는 집에서도 입버릇처럼 윙크 얘기를 꺼냈다. 카페 다른 고양이는 겁이 나 못 만지지만 윙크 곁은 떠날 줄 몰랐다. 성묘(다 큰 고양이)이고, 장애도 있지만 어머니는 승준이를 위해 윙크 입양을 고려 중이다.

흔한 고양이카페 같은 이 곳은 유기묘를 돌보는 '지구별고양이'다. 윙크처럼 사연 있는 유기묘 29마리가 살고 있다. 평일 오후지만 손님 10여 명이 앉아있다. 손님 주변 곳곳엔 고양이가 널브러져 누워있다. 길냥이로 추위와 사람을 피하던 과거는 잊은 듯 나른한 표정이다. 털 윤기가 건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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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 카페 편, 한 여자가 고양이를 안은 연신 귀를 닦고 있다. 3년째 유기묘 카페를 운영 중인 조아연 대표(38). 고양이 귀진드기 치료 중이다. 고양이가 발버둥 치지만 소독을 위해 어쩔 없다. 그의 양팔엔 치료한 고양이 수만큼이나 고양이에게 긁힌 상처가 가득하다.

여기 고양이 모두 유기묘예요. 구조부터 분양까지를 반복하고 있죠. 유동적이지만 30마리를 넘지 않으려고 해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개체 조절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정든 고양이를 분양할 때마다 가슴은 아프지만 보내야만 다른 고양이를 데려올 있죠. 데려올 때마다 카페 적자가 쌓이지만 좋아요.”

고양이 마리를 구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30만원. 중성화 비용만 암컷 30만원 , 수컷 20만원이 필요하다. ‘범백(고양이백혈병)같은 고양이 전염병 예방접종 비용은 물론, 이미 길에서 걸린 병을 치료하는데 100만원 넘게 들기도 한다. 고양이는 추위도 타서 난방비만 한 달 80만원이 깨진다. 카페 수익금을 오로지 고양이를 위해 사용해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 조 대표 다른 사업에서 수익으로 카페 적자를 메운다. 돈보다 고양이를 택한 사연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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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15년 간 키운 강아지가 죽고 나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어요. 다시는 살아있는 걸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죠. 3년 정도 지나, 우연히 안락사 공고에서 12살 강아지를 알게 됐죠."

고양이 판에 불쑥 등장한 작은 개 한 마리가 조 대표에게 다가온다.

"이 아이에요. 올해로 18살. 이 아이랑 같이 산책하다 우연히 임신한 길고양이를 만났어요. 만날 때마다 먹이를 조금씩 줬죠. 그러던 어느 날, 어미가 죽고 새끼 3마리만 남아있더라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3마리를 거둬들여 지인들에게 분양 보냈죠. 분양받은 지인들이 고양이 사진을 보내주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하게 됐죠."

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가진 건 우연이었지만, 행동은 온전히 그의 선택이었다.

"고양이 밥을 주다 보니 아픈 게 보이고, 또 아픈 게 보이니 집에 데려와 보살펴줬죠. 잘 보살피려 고양이에 대해 공부도 했고요. 집에서 데리고 있는 게 한계를 느껴 원래 하던 가게도 고양이들의 보금자리로 바꿨죠."

생업과 맞바꿀만큼 고양이를 사랑하기에 국내 애묘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지금도 고양이 공부에 부족함을 느껴요. 근데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알려고 하지 않아요. 대표적인 예가 저 '방묘문'이에요."

그가 위층으로 가는 입구에 설치된 철망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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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잃어버리는 사람들 90%가 방묘문을 안 해요.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고 지능이 높아 여차하면 밖으로 나가요. 고양이는 나가면 낯선 길과 사람들을 보고 잔뜩 긴장해요. 가뜩이나 소리에 민감해 자동차 경적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도망가 숨어버리죠. 가출한 고양이가 주로 집 근방에 있지만 찾기 힘든 이유에요."

조 대표는 집고양이를 밖에 풀어놓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 지적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 중에도 자기 고양이는 집을 나가도 잘 들어온다는 분도 계세요. 근데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에요. 밖에 나가면 기존 길고양이들과 싸울 수밖에 없어요. 또 범백처럼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에 감염될 위험도 있고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무지(無知)가 고양이를 사지(死地)로 내몬다는 뜻이다. 관련 지식은커녕 고양이를 키울 기본 자질조차 모르는 자칭 애묘인들을 꼬집었다.

"지금 카페 주변 길거리에도 품종 고양이들이 돌아다녀요. 근방 원룸에 사는 대학생들이 버린 거죠. 특히 방학이나 졸업을 앞둔 기간에 심하고요. 대학가에 유행처럼 고양이가 들어왔다 버려지는 거죠. 하루에도 카페로 자기 고양이 입양해줄 수 있냐는 전화가 수통씩 와요. 무슨 품종인데 비싼 거래요. 당황스럽죠. 여기는 유기묘를 구조하고 다시 건강한 가정으로 분양하는 곳이지, 고양이 보호소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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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넘어 사람들이 자기 고양이를 포기하는 이유는 이랬다. '부모님이 반대해서', '집주인이 싫어해서', '털이 너무 날려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등등.

조 대표는 고양이에 대해 알기 전 스스로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지 알아야 된다 강조했다.

"쉽게 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분양절차가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어요. 입양을 희망하는 분들께 자주 물어보는 게 있어요. 결혼해서도 키울 거냐, 가족이나 배우자가 싫어하는지, 아기가 생기면 어떡할 건지, 장래를 묻는거죠. 그럼 벌써 망설이기 시작해요. 거기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집고양이는 15년을 사는데.."

분양 중 입양 상담을 하며 사람들에게 볼멘소리도 많이 들었다.

"유기묘 데리고 가는게 뭐 이리 까다롭냐 하죠. 근데 제 손에 이 고양이들의 남은 묘생(猫生·고양이의 여생)이 달려있다 생각하면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더군다나 버려지는 느낌을 이미 알잖아요. 똑같은 상처를 받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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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고양이든 개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데 책임이 따른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라면 밥만 줘서는 안된다. 같이 사는 동물을 알고 이해해야 보살필 수 있어야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확실치 않으면, 개와 고양이처럼 평균수명 10여 년이 넘는 동물과 끝까지 같이 살 수 없다.

승준이는 여전히 윙크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윙크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승준이도 가만히 서로를 바라만 볼 뿐이다. 윙크와 승준이는 이제 한 집에 살지 모른다. 아니라도 지난 1년처럼 서로를 지켜보는 사이로 남을 수도 있다. 가지지 않아도 바라만 봐도 좋은 사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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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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